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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자금시장 이어 증시마저… 한국경제 “사면초가”
입력1997-09-01 00:00:00
수정
1997.09.01 00:00:00
◎정책 오락가락 위기자초/노·사·정 「책임의식」밖엔 해법없다경제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외환, 자금시장은 물론 앞날을 예고하는 주식시장마저 암운에 휩싸여있다.
경상수지적자 지속과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외환시장이 동요, 원화의 대달러 환율이 급상승하며 순식간에 9백선을 돌파했다.
자금시장에서도 대표적 시장실세금리인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이 12%대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단기금리는 14%대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주가도 폭락, 마침내 7백선마저 붕괴됐다.
설상가상으로 동남아 외환 및 주식시장이 붕괴, 아시아지역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환투기세력의 국내침투설도 나오고 있다. 주가는 경제의 거울이다. 주가의 폭락은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곧바로 반증한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정부의 정책실패가 첫째 원인이다. 정부는 국내외에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사안일하게 대응, 난국을 자초했다. 정부가 지급보증까지 약속하며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데도 불구하고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은 실기한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부도유예협약을 4개월도 안돼 고치겠다고 성급하게 발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처럼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신뢰를 주지 못하니 효과가 나타날리 없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아문제의 장기화에 있다. 기아그룹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연루된 1백60개 금융기관과 5만개가 넘는 협력·하청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아의 경영진과 노조는 경영부실의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있다. 회생방법을 경제논리로 풀려하지 않고 정치논리에 기대고 있다. 기아측은 자구노력이 발표의 절반밖에 되지 않고 갱생가능성이 확실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채권은행단과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노조는 민노총과 결합, 경제문제를 사회문제로 비화시키고 있다.
근로자와 기업, 정부 즉 노·사·정이 삼위일체가 돼도 총체적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릴까 말까한데 서로를 불신하고 있다.
정치권은 대권경쟁에 몰두, 애써 경제를 외면하고 있다. 리더십마저 부재, 기댈 곳이 없다.
나라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르니 외국인들도 발을 돌리기 시작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더니만 급기야 지난 주말부터는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외국 금융기관들은 돈 빌려주기를 꺼리고 있고 심지어는 안전성이 보장된 국내 은행의 환어음 할인마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는 곧 은행권의 외화자금난이 기업들에 전가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앞으로 기업들의 수출입활동이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대로는 안된다.
책임정책, 책임경영, 책임근로의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노·사·정이 공히 책임의식을 가지고 경제난국을 돌파해야 한다.
외국에 한국 경제가 살아 숨쉬고 있으며 재도약할 의지와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물갈이와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가 거시경제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은 기아사태의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따라서 기아사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시급히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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