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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

『삶은 산처럼 무거우나 죽음은 깃털처럼 가볍다』조국이 일본제국주의의 침탈로 신음하고 있던 1920년대, 격랑의 역사에 휩쓸린 조선인 무정부주의자들의 삶이 꼭 그랬다. 신인 유영식(柳永植)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나키스트」(씨네월드 제작)는 항일 테러활동의 본산인 의열단(義烈團)에 가담한 5명의 조선인 무정부주의자들의 불꽃같은 짧은 삶을 그려낸 액션 느와르. 이들은 수영, 테니스, 사진찍기를 즐겼고 늘 스포티한 양복, 적당한 길이의 검은 코트, 귓볼을 살짝 가린 중절모를 차려입었다. 거칠고 차가운 액션에 엔터테인먼트가 곁들여져 비장감이 넘치는 「남성적」 영화다. 특히 세르게이로 출연하는 장동건의 액션 연기와 눈빛이 그 어느 영화보다 살아있다. 또한 이들 5명의 무정부주의자들이 죽어가는 모습때는 눈시울마저 적시게 한다. 무정부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가 숨가쁘게 소용돌이쳤던 질풍노도의 공간이자 혁명가와 창녀가 한데 모여든 자유와 모험과 환락의 땅 상하이가 배경이다. 모스크바 대학 출신의 아나키스트 세르게이(장동건), 시인이자 톨스토이를 숭배하는 휴머니스트 이 근(정준호), 냉철한 사상가 한명곤(김상중), 과격한 행동주의자돌석(이범수), 막내 테러리스트 상구(김인권). 이들 열혈청년 테러리스트는 「일제」와 맞서 싸우다 「망명자의 품」과도 같은 그격동적인 땅에 이데올로기와 사랑, 이별, 운명 그리고 한(恨)을 고스란히 묻어두고산화해 갔다. 그것도 왜경에 의해 「불량선인」(不良鮮人)으로 낙인찍힌 채. 출신배경부터가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폭력과 테러만이 가장 효과적인 독립투쟁 노선이라는 신념을 지녔다. 홍콩스타 리밍(黎明)이 주제가를 불렀다. 21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29일 개봉. 입력시간 2000/04/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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