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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인생/나춘호 예림당회장] 22. 200만원의 유혹
입력2003-05-18 00:00:00
수정
2003.05.18 00:00:00
1977년 1월초 사무실을 종로구 봉익동에 있는 한일빌딩으로 이전했다. 그 동안 마땅한 공간도 없이 제본소에서 시작해 그을음 끼는 부엌으로, 그리고 비새는 옥탑으로 옮겨 다니다가 비로소 제대로 된 공간에 사무실과 창고를 갖추게 된 것이다.
회사는 안정궤도에 올라 매출은 날로 늘었다. 직원들은 편집ㆍ영업ㆍ관리ㆍ경리 등으로 세분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이끌어갔다. 4월에는 장안동에 대지 50여 평의 슬라브 집을 구입해 이사를 했다. 난생 처음 내 집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처음 출판을 하겠다고 했을 때 “이제는 셋방살이를 면하기는 글렀다”고 한숨을 쉬었던 아내 입장에서는 다소 감격적이었는지 모르지만 사실 나는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았다. 사업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할 자금을 제대로 쓰지 않고 유용하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몇 달 후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근무하는 친구에게 부동산 분쟁소송에서 승소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친구는 1년6개월 전 “부동산 소유권 문제로 소송이 진행중인 사건이 있는데 너무 오래 끌다 보니 승소 가능성은 높은데도 소송비를 마련할 형편이 못돼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100만원만 빌려주면 승소 후 땅 1,000 평을 주겠다”고 말했다.
당시 나는 출판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친구의 간절한 부탁을 저버릴 수 없어 100만원을 빌려주었고, 6개월쯤 지나 그는 100만원을 더 빌려 달라고 하면서 승소 시에는 1,100평을 더 주겠다고 말했다. 친구 사정이 워낙 딱해보여 다시 100만원을 마련해 주었다.
그렇게 200만원을 건네줬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승소를 했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그 친구는 약속한 2,100평을 내 이름으로 등기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친구가 워낙 부탁을 해서 돈을 빌려줬을 뿐 그럴 마음이 없었다. 원금만 돌려주면 되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고, 그는 얼마 후 200만원에다 조금의 은행이자를 붙여 갚았다.
2,100평의 땅은 가락시장 맞은편으로 지금은 금싸라기 땅이 된 곳이다. 만약 그 때 욕심을 부려 땅을 그대로 받았더라면 현시세로 400억원은 족히 넘을 텐데, 계산상으로는 출판을 해서 번 것보다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출판 외에 다른 돈벌이를 생각하지 않았기에 오늘의 나와 예림당이 있다는 것을 생각을 하면 미련은 전혀 없다. 그림책이 잘 팔리고 있었지만 나는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용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책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서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어떤 종류인지, 창작동화렐섟甕資滂옴?전래동화렝㎱括?등과 판매비교, 서점에서 원하는 책, 책값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등에 대한 개괄적인 설문이었다.
조사결과 명작동화 수요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전래동화였는데 의식 있는 상당수 부모들은 고유 창작동화에 관심이 높았다. 그래서 우선 위험부담이 없는 `이솝이야기` `그림동화` `안데르센 동화` `아라비안 나이트` 등 명작 4권과 전래동화 `효녀심청` 등 5권을 내기로 결정했다.
편집을 맡아 줄 윤두병 씨를 만나 저학년 동화책에 대한 나의 생각과 계획을 전했다. 글씨는 크고 행간이 넓어 읽기가 시원시원하게, 펼칠 때마다 재미있는 그림이 나오게, 표지는 칼라로, 판형은 국판 양장본으로 내고 싶다고 하니 편집자는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본문의 삽화 그림을 칼라로 하면 제작비가 많이 드니 2색도로 처리하자고 말했다.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박경용 씨와 다큐멘타리 작가 안희웅 씨를 만나 기획의도를 전한 후 원고집필을 부탁했다.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장ㆍ예림 경기식물원이사장ㆍ전(前)대한출판문화협회장
<나춘호 예림당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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