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천안연수원 국가헌납 약속 이행 안하나, 못하나.’ 한나라당이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모금에 대한 대국민 사죄의 의미로 국가에 헌납하기로 약속했던 천안연수원의 매각 작업이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 상태다. 때문에 한나라당이 천안연수원 카드로 당시 비판 여론을 무마시킨 뒤 문제를 덮으려 한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3월 KB부동산신탁에 600억원대의 천안연수원을 신탁하며, 매각이 될 경우 추징금을 납부하고 남은 돈을 전액 국가에 헌납키로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4일로 신탁기간 1년이 만료됐지만 구체적인 헌납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에 대한 반응은 한결같다. 당 살림을 맡고 있는 김무성 사무총장은 “24일이 천막당사 1주년이고 지도부가 교체되는 바람에 구체적인 논의를 아직 못했다”고 말했다. 임태희 수석부대표는 “국가헌납 의지엔 조금도 변함이 없다”며 “다만 법적 소송 문제가 말끔히 정리되지 않아 연수원 매각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대선자금 재판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리 매각해 국가에 헌납하면 법원 판결로 추징금을 내야 할 경우 실제로는 중복 처벌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는 논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냥 국고에 환수시키면 간단한 문제를 가지고 한나라당이 이리저리 회피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 아니냔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임 수석부대표는 신탁 계약 연장과 관련해서는 “(국가 헌납을 약속한만큼) 연수원은 이미 한나라당의 재산이 아닌데 연간 5,000만원의 신탁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지도부의 판단”이라며 “신탁 기간 연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비판론자들은 이 대목에선 그렇다면 왜 지난해 신탁 계약을 할 당시엔 이 같은 고려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한나라당과 KB부동산신간 신탁 계약이 ‘을종’ 계약이란 점도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을종계약이란 소유권은 신탁회사에 넘기되 신탁자인 한나라당의 동의 없인 신탁회사가 자유로이 처분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결국 한나라당이 연수원의 매각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부동산의 덩치가 워낙 커 매각이 여의치 않다”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600억원짜리를 300억원이나 400억원에 팔 수도 없지 않냐”고도 반문했다. 맞는 말이지만 “의지만 있다면 못 팔 것도 없지 않나”란 비판도 있다. 못 파는 것이란 주장과 안 파는 것이라는 시각이 상존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당분간 연수원 매각을 통한 불법모금정치자금의 국고환수 약속은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탁계약기간도 이미 만료돼 무계약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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