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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법 온상 사설 메신저' 장외채권 거래 내역 보관 의무화 한다

가격담합·파킹 등 불법거래 만연따라

투명화 방안 8월 발표… 내년부터 시행

금투협 '프리본드'서만 정보교환해야

거래 단위도 100억서 10억으로 축소

"당국 통제에 거래 위축 우려" 주장도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야후' 등 사설 메신저를 통한 채권 딜러 간 장외채권 거래시 그 내역을 회사가 저장하고 보관해야 한다. 현재 관행처럼 굳어진 100억원 단위의 거래도 10억원 수준으로 조정된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장외채권시장 투명성 강화 방안'을 마련해 오는 8월 중 내놓고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26일 "사설 메신저를 통해 장외채권 거래가 이뤄지면서 음성적 불법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장외채권시장의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메신저를 통한 거래 내역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회사가 별도로 저장해 보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0억원 미만의 자투리 채권의 시장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장외채권시장에 관행처럼 굳어진 거래 규모를 100억원에서 10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면서 "이와 같은 틀에서 세부적인 방안들을 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장외 채권거래의 주요 수단인 사설 메신저의 거래 정보를 방식에 메스를 대기로 한 것은 대부분의 메신저가 가격 담합이나 채권 파킹(중개인에 맡긴 뒤 일정 시점 후 결제) 등 불법거래의 온상이라는 판단에서다. 증권 업계에서는 증권사 채권브로커나 채권 딜러,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가 서로를 형·동생으로 부를 만큼 특정 학연으로 얽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이 메신저라는 블라인드 안에서 거래를 하다 보니 회사나 펀드투자자의 손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세보다 비싸게 떠안거나 반대로 싸게 밀어내는 식의 탈법 거래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남부지검이 적발한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채권브로커 간 불법 '파킹' 거래(일시적 장부 외 보관) 내용을 보면 이들은 "내 돈도 아니고, 내 펀드 깨지는 건 괜찮은데 너랑 **(증권사 직원)한테 미안해 가지고" "거래금리 내에서 와야 티 안 나고 안 걸리니까" 등 불법 거래 사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하지만 검찰 조사 전 금융 당국이 이와 같은 불법·탈법 거래를 찾아낼 방도는 없다. 사설 메신저를 들여다볼 권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채권거래정보는 물론 가격 협상 과정까지 역추적할 시스템을 마련하고 불법 거래 혐의가 나올 경우 신속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독 당국이 메신저를 통한 거래 내역을 회사가 보관하도록 하겠다는 것도 불법거래혐의가 포착되면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장외채권거래는 사설 메신저 중에서도 대부분 '야후 메신저'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야후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후 야후 메신저를 통해 나눈 대화는 미국의 야후 본사에 저장되고 있다. 연간 6,000조원가량 되는 우리나라의 장외채권 거래 정보가 미국의 사설 정보통신기술(ICT)업체 서버에 저장되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장외채권 거래는 사실상 야후 메신저가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실제로 야후 서버가 불안정하거나 메신저가 오류를 나타내는 날에는 장외채권 거래 규모가 반 토막까지 떨어지기도 하고 보안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이와 같은 안정성과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용하고 있는 '프리본드'로 장외채권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옮겨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2010년 4월 개설된 프리본드는 일반 메신저와 마찬가지로 대화창을 통해 호가 거래상대방을 찾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채권 관련 정보 조회, 거래서확인서 출력 등 부가적인 서비스도 제공된다. 메신저를 통한 대화내용 및 호가 정보는 암호화를 통해 저장되므로 해킹으로부터 안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당국의 모니터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채권시장에서 외면받아 왔다.

다만 사인 간의 거래를 위한 정보교환을 당국이 나서서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 대형증권사 채권 영업팀 관계자는 "최근 검찰에 적발된 일부 브로커들의 경우 전체 채권거래 시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장외거래의 핵심은 익명성인데 불법을 저지른 플레이어를 잡아내기 위해 그동안의 시장 관행을 흔들다가는 자칫 거래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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