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제한폭이 두 배로 확대되면 초단기시세조종 등을 비롯한 신종 불공정거래행위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본격적인 제도 시행 이전까지 시장감시 규정과 시스템을 개선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해선(사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15일부터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이 현행 ±15%에서 ±30%로 확대되면 시장 효율성 제고 등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시행 초기의 시장 상황을 악용한 신종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장감시 기능 강화 계획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행정고시 29회 출신으로 산업자원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거쳐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한 뒤 지난달 15일 신임 시장감시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이 위원장은 "가격제한폭이 두 배로 늘어나면 극단적으로 하루 최대 60%까지 개별 종목의 주가가 오르내릴 수 있는 만큼 초단기시세조종을 노리는 주가조작 세력이 증가할 수도 있다"며 "이에 맞춰 기존 일별 종가 기준의 감시 규정을 장중 기준으로 개정하는 등 관련 감시 시스템을 대폭 개선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거래행위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코스닥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내츄럴엔도텍(168330) 사태의 재발 방지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다. 그는 "이번 사건은 거래소 차원의 감시뿐 아니라 식품 담당 부처와 소비자 보호기관 등의 감시가 미흡해 발생한 문제"라며 "금융감독원과 검찰 등 관계 당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내츄럴엔도텍 임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 등을 철저히 밝혀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 내부자에 대한 불공정거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상장법인에 제공함으로써 시장 건전성을 높일 방침이다. 또 최근 인터넷 주식투자카페 등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각종 루머 등 사이버상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사이버 감시기법과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취임한 지 보름밖에 지나지 않은 그에게 시장감시위원회 수장으로서 해야 할 업무는 산적해 있다. 당장 올 7월부터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 및 과징금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그 어느 때보다 주식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하는 시장감시위원회의 역할 강화가 요구되는 시점인 셈이다. 이 위원장은 새로운 규제 도입에 따른 감시업무 증가에 맞춰 추가적인 조직 및 인력 보강 등도 검토하고 있다.
또 대체거래소를 의미하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설립에 대비한 통합 시장감시방안 마련도 준비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ATS가 설립되면 시장 간 가격차이를 이용한 시세조정 등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해외사례 등을 분석해 감시기준과 시스템을 정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자본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데 맞춰 이 위원장은 시장감시위원회의 역할도 사후적발보다는 사전예방 중심의 '시장 친화적 자율규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후적발은 실질적인 효과와 비용적인 측면에서 모두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사전에 제도를 잘 정비하고 시장과 교감하면서 불공정거래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불공정거래행위를 조기에 적출·억제할 수 있도록 예방감시기준을 정밀화하는 한편 단속이나 적발보다는 컨설팅 위주의 서비스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지난해 8월 도입한 불건전 소지가 있는 주문 포착시 투자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중 건전주문 안내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예방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신(新)예방감시시스템도 개발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시장감시위원회는 시장 건전성 제고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시장과 멀어져서도 안 된다"며 "거래소 내 유가증권시장본부·코스닥시장본부 등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시장에 좀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조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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