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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주주들 경영감시 본격화
입력2003-06-27 00:00:00
수정
2003.06.27 00:00:00
윤혜경 기자
과거 일본 기업의 임원진들이 주주총회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기업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거나 폭력 등을 동원해 경영진을 위협하는 `소카이야(總會屋?총회꾼)`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들에게 더 무서운 세력이 나타났다. 바로 `주주`들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전통적으로 기업 경영 개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일본 주주들이 기업의 실적 부진과 경영진의 허술한 기업 관리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 표명에 나서는 등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날 일본에서는 3월 결산 법인의 대부분인 1,800여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열렸다.
일본에서 주주들이 기업 경영진에 제재를 가한 것은 3년 전 다이와 은행 이사진들을 감독 부실을 이유로 법원에 제소한 것이 거의 유일한 사건일 만큼 그 동안 일본 주주들의 목소리는 미미했다 .
그러나 오랜 증시 불황으로 변변한 투자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데다 파산 위기에 놓인 기업들의 주식을 헐값으로 매수한 외국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는 추세다.
한 예로 26일 열린 도쿄전력의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이 지난해의 수익 악화와 시설 장비 보안상의 문제 발생, 올해 도쿄지역의 정전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적극적인 항의 표시를 전달했다. 주주들은 이러한 경영상의 책임을 물어 임원진들에 대한 보너스 지급을 반대하기도 했다.
최근 열렸던 소니의 주주총회에서도 지난 4월 회사의 실적 전망 악화 발표로 빚어졌던 `소니 쇼크`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격렬했다.
이러한 주주들의 행동변화는 일본 기업들의 경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미 일본 최대 은행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은 주주들의 경영 투명성 제고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임원들의 평균 연봉을 공개했다. 이들이 발표한 한해 임금은 1,700만엔(약 1억7,000만원). 지난해 이 은행이 사상최대 규모인 2조3,800억엔의 손실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주주들의 입장이다.
연금펀드 연합회장 토모미 야노는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거나 배당금을 지불하지 못한 기업들의 경영진에 대해 임금 삭감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 많은 기관투자가들과 힘을 합쳐 이 같은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경영 관련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신 우시지마는 “일본 주주들의 적극적인 경영 개혁 요구는 결국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진리는 여기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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