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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국가 '2단도약' 비결] '금욕도시' 빗장푼 싱가포르

세계적 '토플리스 쇼' 유치…젊음 넘치는 엔조이 도시로

최근 싱가포르에 첫 선을 보인 프랑스의 '크레이지 호스' 공연을 보기 위해 현지 관람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예약 명단을 확인하는 직원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하긴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치고 공연장을 들어선데다 한국인은 처음이었을 테니 놀랄 법도 하다. 싱가포르 클라크 키(Clark Quay). 적도의 태양이 사라진 클라크 키 강변은 창고에서 엔터테인먼트 단지로 급변한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의 과감한 패션의 여자들과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로 넘치는 클라크 키는 ‘금욕의 도시’를 ‘놀 줄 아는 도시’로 만들었다. 7일 클라크 키에는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프랑스의 유명 토플리스 쇼인 ‘크레이지 호스(Craze Horse)’가 일반인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첫 공연을 한 것. 외국인이 보기에 크레이지 호스쇼는 사실 그렇게 놀라운 정도는 아니다. 반바지나 너무 야한 옷을 입고는 입장을 못할 정도로 격식을 갖춘 쇼는 여성의 몸과 환상적인 조명이 어우러진 예술공연이다. ‘모범생’처럼 보이는 현지인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한 건 공연 시작 20분전 정도였다. 한가하기만 하던 공연장은 순식간에 북새통을 이뤘다. 메이 은행에 근무한다는 제이슨 룽(36)은 “아직은 주위에 눈치를 봐야 한다. 하지만 시내 한복판에서 합법적으로 토플리스 쇼를 한다는 게 놀라운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125달러(7만6,000원)에서~700달러(42만원)까지 하는 고가의 공연이지만 200명의 관객이 들어찼다. 간간히 보이는 외국인이 있긴 하지만 열 가운데 아홉은 호기심에 가득찬 싱가포르 현지인들이었다. 차도르를 걸친 회교도 여성까지도 눈에 띄었다. 무드 로스탐 싱가포르 관광청 국장은 “치안이 잘 돼 있고 깨끗하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싱가포르는 관광객을 끌지 못한다”며 “리센룽 총리의 말처럼 싱가포르는 바뀌어야 하고 변화의 중심에 크레이지 호스가 있다”고 말했다. ‘미친 말’에서 내려와 물 좋다는 클럽 ‘주크’(Zouk)를 찾았다. 싱가포르 관광청이 나서서 안내할 정도인 주크는 입장료 20달러(1만3,000원). 여성에게 무료인 수요일 밤에는 남자들의 줄이 더 길어진다. 최근에 생긴 ‘1night Stand’라는 24시간 클럽에는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는 여성들도 등장한다고 한다. 40년의 침묵을 깨고 ‘재미있는 나라’로 변하는 싱가포르. 2년전 고척동 전 총리가 말했듯 ‘역번지 점프’의 개혁, 개방이 싱가포르 시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철저한 관리형 국가에서 나타나는 어지러운 변화는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로 보였다. 에피소드 하나. 쇼의 1막이 끝나고 잠시 쉬는 동안 사진을 찍겠다는 욕심에 후레쉬를 터뜨렸다. 부리나케 달려오는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했지만 카메라는 압수 당하고 경찰을 만나 바로 벌금까지 내란다. 토플리스 쇼가 공연될 정도로 개방되고 있지만 싱가포르는 여전히 ‘벌금왕국’이었다. 미친 말도 길들이기 나름이라는 말처럼 싱가포르는 미친 말을 길들여 돈을 벌지 결코 같이 미치지는 않는다. /특별취재팀=이규진(팀장)·김현수·김홍일·민병권·김상용 기자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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