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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위기와 재정적자
입력1998-12-16 00:00:00
수정
1998.12.16 00:00:00
외환위기로부터 비롯된 이른바 IMF관리체제가 시작된 지도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못할지라도 기업, 금융, 노동, 공공부문등 각분야에서 많은 구조조정이 이루어졌으며, 그 와중에 국민 모두가 많은 고통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다급한 위기는 면하게 되었고 비록 불확실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불황의 끝도 보이기 시작했다.지금까지의 성과와 노력이 헛된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부분을 가급적 축소해야 한다. 이러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재정적자의 가능성도 그 주요한 하나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올해 막대한 재정적자 요인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요인이란 세입 측면에서 불황에 의한 세수의 감소와 세출 측면에서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이자비용의 정부 부담, 실업대책비를 위시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드는 비용등이다. 이에 따라 올해에만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20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는 경상 GDP의 5%가 넘는 막대한 규모이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되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회복을 더디게 하는 불확실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재정적자가 국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로는 경제학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즉 총수요의 증대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이 그 첫째이며, 다음으로 이자율 상승을 동반한 민간투자의 위축, 즉 구축효과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경기대책으로서의 재정적자 활용이 주장되기도 한다. 어쨌든 재정적자는 총수요의 증대요인이므로 단기적인 경기부양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며 따라서 민간부문에서의 경기자극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특히 유효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까운 장래에 큰 인플레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경기부양대책에 재정적자를 우선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방안이 설득력있게 제기되었다. 더구나 재정적자의 상당부분이 사회간접자본과 같이 장기적으로 민간투자의 구축보다는 그 유도를 초래할 수 있는 부분에 쓰인다면, 장기적 부양효과까지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재정적자가 가지는 경기부양 효과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이는 실증적 연구가 밝혀 주어야 할 부분이지만, 대체적으로 통화신용정책 등 여타 정책수단에 비해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의 우리 여건이 구조조정에 다소의 역효과가 있더라도 경기의 부양을 필요로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수단으로서의 대규모 재정적자 활용에 대한 반대를 하게 되는 논리적 근거의 일단이 여기에 있다 하겠다.
금융구조조정비용, 실업대책등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재정적자 요인을 감안할 때, 재정적자의 경기부양대책 활용은 더욱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이른바 감내가 가능한 재정적자, 또는 국가채무에 대한 고려 때문이다.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기본적 수단은 국채가 될 것인 바, 막대한 규모의 신규 국채를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국채시장의 여건성숙이 이루어 졌는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그 막대한 이자는 어떻게 상환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필연적으로 대두되게 마련이다.
증세 또는 특정세출의 감소와 같은 재정건전화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추세로도 적자의 항구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심한 경우, 국채이자를 갚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동안 재정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었거나 지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혹자는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엄청난 국가채무를 안고있는 현상을 들어 우리나라의 재정적자 규모에 대한 과도한 기우는 금물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이들 국가들의 대부분이 경상 GDP의 60%가 넘는 국가채무를 지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했다고 평가되는 스웨덴의 경우도 금융위기 발생직후 재정적자가 수년간 지속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과 우리를 대등하게 비교할 수 없는 요인들이 있다. 우리의 경우 외채의 규모가 막대하고 금융 및 자본시장이 취약하여 대외적인 충격에 의한 위기 재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재정의 건전성이 갖는 중요성은 이들 국가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재정적자는 그 부정적 효과가 상당 시일이 경과한 후에야 나타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그만큼 국민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재정의 건전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당분간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누차 지적한 바와 같다. 그렇더라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재정적자 축소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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