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에서는 일명 ‘깜박이’라 불리는 영어단어 학습기가 소리 소문없이 팔려나가고 있다. 바로 지난 봄부터 매달 5,000대씩 꾸준히 판매되는 영어학습기 ‘보카마스터’가 그 주인공이다. 언뜻 보면 반짝했다 사라지는 유행상품같아 보이지만, 이 같은 성장의 뒤편에는 7년간 인고의 세월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선 임형택(39ㆍ사진) 원샷보카 대표의 땀과 노력이 배여 있다. “차라리 짜장면을 파는 게 쉬웠을 겁니다. 1시간에 단어 100개를 외울 수 있다는 이 기계를 일반인들에게 이해시킨다는 게 너무나 힘들더군요.” 임 대표는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으며 “이제서야 오래도록 매달린 제품이 인정을 받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임 대표와 인터뷰가 진행된 곳은 그가 사무실 겸 주거공간으로 쓰고 있는 서울 상수동 자택이었다. 그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사업을 아웃소싱 방식으로 외부에 넘기는 대신 전반적인 제품 기획과 신제품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임 대표는 자신만의 사적인 공간에서 영어학습기를 개발하느라 겪은 갖은 우여곡절과 미래 사업구상에 대해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어떻게 영어 학습기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 ▦대학 다닐때 이런저런 공부를 하다보니 남들보다 영어공부를 늦게 시작했죠. 대학 3학년 겨울에야 7,500단어가 수록된 책을 사서 보는데, 하루 3시간을 해도 50개 외우기가 어렵더군요. 남들보다 뒤쳐진다는 생각에 불안한 와중에 평소 흥미가 있었던 인지과학을 학습에 적용해 봤어요. 간단히 말해 일단 뇌에 인지를 시키고 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컴퓨터언어를 이용해서 2초간 영어 단어를 보여주고 1초간 뜻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짰어요. 결과요? 한달만에 7,500단어를 암기해버렸죠. -그렇다면 당시 곧바로 사업화에 나선 것입니까. ▦아닙니다. 저는 유학을 가서 ‘인지과학’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당시 유학을 준비하는데 시간도 벌고 유학자금을 모을 방법이 뭘까 고민했더니 ‘인세’를 받으면 되겠다 싶었어요. 당시 리서치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수능에 나오는 교과서 영단어를 리서치하듯 통계로 분석해 단어책을 냈죠. 3년이 꼬박 걸렸습니다. 결국 베스트셀러까지 됐는데 인세는 한달에 200만원을 넘기기 힘들더군요. 이때 의정부에 있는 한 고등학교 선생님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 책을 빨리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그 때 깜박이가 생각나 추천을 해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때가 바로 2001년이었죠. -상당히 오랫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한마디로 세상 곳곳을 전전했습니다. 보카마스터 하나 들고 전국의 학교와 학원을 누볐어요. 반응이 그렇게 차가울 수 없더군요. 정체불명의 상품이 진입하려는데 정말 이해시키기 힘들더라고요. 입소문도 거짓입니다. 혹시나 사용해서 성적이 올랐다고 해도 절대 소문을 내지 않더군요. 결국 지난 7년간 수입은 하나도 없이 빚만 잔뜩 떠안게 됐죠. 하지만 이대로 나가면 올해 매출 200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깜박이 학습기’의 기본 원리는 어디에서 나온 겁니까. ▦사람들은 흔히 ‘외운다’를 ‘가진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지고 싶으니까 심지어 외운 페이지를 뜯어먹기도 하는 거죠. 가지고 싶어서 꼼꼼히 하다보면 한 단어에만 20분씩 투자하는 일도 생겨요.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저는 단어를 외우자면 친숙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매일 보는 사람은 외우기 싫어도 잘 알게 되는 것하고 같은 원리죠. 보카마스터는 영어단어를 2초간 보여주고 뜻을 1초간 보여줘 3초만 접하게 하는 학습기기 입니다. 한시간이면 100단어를 12번이나 볼 수 있는 거죠. -올들어 영어학습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진 이유는 뭘까요. ▦우리 회사는 사실 1인 기업입니다. 판매와 마케팅, 광고는 물론 생산까지 모두 아웃소싱을 합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을 조절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만 맡지요. 이제서야 각 분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사업이란 좋은 물건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협력업체들을 만나고 나서야 마침내 나름의 판매시스템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거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브랜드의 신뢰도입니다. 이 제품은 제가 7년간 온몸으로 매달리고 끙끙대면서 일궈낸 결과예요. 믿음을 저버리면 안된다는 게 저의 확고한 소신입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할 생각도 있습니까. ▦기업을 운영하다 보니 경영이나 회계분야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경영자로서 좀더 역량을 쌓아 여건이 갖춰진다면 머잖아 중국 등 해외에도 우리 제품을 자신있게 내놓을 구상입니다.
5개 협력사 둔 '1인 기업' 원샷보카는 지난 2001년 설립된 영어단어학습기 ‘보카마스터’ 개발업체로 전형적인 ‘1인 기업’이다. 현재 5개 협력사를 두고 보카마스터를 제조ㆍ판매하고 있다. 게임파크가 제품생산을 담당하며 세일즈코리아가 자금결제와 온라인 관리를, 리더21이 광고를, 보카마스터가 판매와 상담을 맡고 있다. 원샷보카는 배송과 자금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매출 200억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현재 중국시장 공략에 나서기 위해 해외파트너를 물색하는 등 현지법인 설립을 진행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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