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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마음은 누구라도 똑같다. 자식이 건강하게 잘 크기를 바라고, 조금 더 활기차게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누구나 그런 마음을 잘 알기에 우리는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도 아이에게 헌신하는 부모들에게 공감과 응원의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이는 영화 ‘날아라 허동구’속의 아버지에게도 마찬가지다. 비록 영화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를 누구보다 활기차고 건강하게 키우고자 헌신하는 그의 모습에 공감과 함께 응원의 박수가 쳐진다. 영화의 주인공은 발달장애로 IQ가 60에 머무른 허동구(최우혁)와 그런 동구를 혼자 키우는 아버지 진규(정진영). 동구는 초등학교 4학년임에도 학교공부 따라가기가 버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구는 학교를 너무나 사랑한다. 점심시간에 아이들에게 물을 따라주는 ‘물반장’ 역할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 하지만 선생님과 반 아이들은 이런 동구를 조금씩 따돌린다. 담임선생님은 시험 보는 날 학급평균을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동구를 결석시키고, 진규에게 동구를 특수학교로 전학시키라고 압박한다. 그리고는 급기야 동구에게 삶의 유일한 낙인 ‘물당번’ 역할을 빼앗아 버린다. 결국 반에서 할 일이 없게 된 동구. 학교 야구부에 들어가면 주전자당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돌연 야구부에 가입한다. 동구를 따돌리던 반아이들과는 달리 조금씩 동구에게 마음을 열던 짝 준태(윤찬)은 그런 동구에게 야구를 가르친다. 실제 발달장애 아이를 둔 어머니의 실화를 담은 대만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각본에는 실제 장애아들의 삶과 그 어려움이 잘 반영돼 있다. 장애라는 이유로 정상인들의 세계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아이 허동구와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무엇이라도 해보려는 부모의 사연이 애달프게 묘사된다. 영화는 이런 휴먼스토리 위에 천진난만한 허동구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펼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펼쳐 놓았다. 특히 영화 후반부 동구가 야구부에 들어간 이후의 내용은 꾀나 활기차고 유쾌한 편이다. 천편일률적인 해피엔딩이 아닌 묘한 여운과 희망을 남기는 엔딩도 좋은 편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영화는 소박하고 예쁘다. 눈에 띠는 사건이나 기억에 콕 박히는 인물은 없지만 대신 건강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때문에 영화는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 무난한 선택이 될 만한 작품이다. ‘왕의 남자’이후 정진영의 첫 출연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작품. 애달픈 부모의 삶과 심정이 그의 노련한 연기를 통해 배어나온다. 권오중 등 감초 연기자들의 활약도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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