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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 없이 판만 키운 IB는 휘청… 선택·집중으로 틈새 공략하라

[글로벌 자본 전쟁-한국의 길을 찾는다] <5> 해외 자본시장 개척, IB에 달렸다

인프라 펀드 앞세운 맥쿼리, 아시아 M&A주력 CIMB 고성장

무분별하게 사업 확장했던 유럽계 대형은행들은 고전

亞지역 경쟁 예전보다 약화… 국내IB 지역강점 활용 전략을

호주 맥쿼리는 지난 2008년 서울 지하철 9호선 사업에 투자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계약을 체결하고 요금인상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특화된 사업에 집중해 성장한 바람직한 금융기관의 사례로 거론된다. 국내에서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맥쿼리를 국내 IB의 ''롤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아침 출근시간에 서울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에서 시민들이 전동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의 투자은행(IB)인 맥쿼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애증의 대상이다. 맥쿼리그룹의 인프라 투자 전담 계열사인 맥쿼리인프라는 지난 2008년 서울 지하철 9호선 사업에 투자하면서 시행사인 서울메트로9호선㈜의 지분 24.53%를 410억원에 인수했다. 서울시와는 통행료 수익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손실을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2012년 9호선 운임 인상을 갑작스럽게 추진하면서 서울시와 갈등을 빚었다. 법정 다툼에서 밀린 맥쿼리는 보유 지분을 모두 팔고 철수했지만 5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이를 두고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맥쿼리는 고금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굉장히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며 "국내 금융기관도 글로벌 1위인 골드만삭스 대신 맥쿼리와 같은 사례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맥쿼리는 '먹튀 외국 자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성장모델만큼은 국내 금융기관이 되새겨봐야 한다는 의미다.

맥쿼리는 2000년대 초반부터 다른 글로벌 IB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인프라 투자 분야를 집중 발굴했다. 사모펀드(PEF) 투자 전문 정보업체인 프라이빗에퀴티인터내셔널(PEI)의 자료에 따르면 맥쿼리는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인프라 투자 분야에서 273억4,570만달러(약 31조8,9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캐나다의 브룩필드자산운용과는 2배 이상의 격차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타워스왓슨에 따르면 맥쿼리의 운용자산(AUM)은 963억4,790만달러(약 112조3,700억원)로 세계 100대 대체투자펀드 가운데 1위다. 지난해(3월 결산)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7% 늘어난 16억2,300만호주달러(약 1조3,8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인프라 분야에서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북·남미 지역에서 에너지 트레이딩과 자산운용 사업을 확대한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말레이시아의 CIMB는 철저하게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CIMB는 말레이시아에서는 2위의 금융그룹이지만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동남아 지역의 최대 IB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중국(상하이·홍콩)을 비롯해 인도와 한국으로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CIMB의 지역 금융사 M&A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CIMB가 2012년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아시아 지역 IB·주식사업부를 인수하면서도 채권발행시장(DCM) 부문 등은 제외한 것이 단적인 예다. CIMB는 IB 분야에서도 기업 M&A 자문과 주식발행시장(ECM)에 주력하고 있다. 서영미 금융투자협회 연구원은 "CIMB가 RBS의 조직을 선별적으로 인수하면서 고객기반, 업계 네트워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CIMB는 2010년 이후 매년 5% 이상의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투자 분야와 사업지역에 따라 특화한 IB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2000년대부터 IB 사업을 전반적으로 크게 확장했던 유럽계 대형 은행은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안슈 자인-위르겐 피첸 공동대표를 내보내고 존 크라이언 전 UBS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맞이했다. 이에 앞서 올해 4월에는 IB사업부를 기존보다 20%가량 축소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스위스의 2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 또한 3월 티잔 티엄 신임 CEO 체제가 들어선 후 약 2,900명의 인력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코메르츠방크의 롤란트 뵘 DCM 부문 총괄대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IB를 통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거두는 것이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큰 고민거리가 됐다"며 "각 지역에서 자신들의 강점을 잘 살리는 전략을 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글로벌 IB를 미국계와 함께 양분했던 유럽계 대형 은행이 휘청거리면서 국내 IB는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해외 시장 진출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계 대형 은행이 해외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의 IB 사업 경쟁이 이전보다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금융기관이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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