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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입력2002-07-14 00:00:00
수정
2002.07.14 00:00:00
"월드컵 성공바탕 경제선진국 이뤄야"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로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제 월드컵의 성과를 잘 연구해서 경제8강을 이루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박용성(62)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요즘 더욱 바빠졌다. 지난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된 데 이어 국제상업회의소(ICC) 부회장 단독후보로 추천돼 연말에 부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대한상의 회장으로, 두산중공업 회장으로, 또 대통령 특사로 쉴 틈 없이 해외와 국내를 누비는 그는 "월드컵이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차기 대통령에 대해 "법과 원칙을 잘 지키고 시장경제를 신뢰하는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최근 세계해양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중동지역을 다녀오셨습니다. 유치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이번에 아랍에미리트(UAE)ㆍ예멘ㆍ레바논 등 3개 국가를 방문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 이어 러시아가 모스크바에 세계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외교강국인 만큼 우리에게는 힘든 경쟁이지요.
최근 유치신청을 한 도시들을 평가한 결과 여수가 상하이ㆍ모스크바보다 평점이 낮게 나왔습니다. 예컨대 상하이가 호텔ㆍ공항 등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는 데 비해 여수는 조감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남은 5개월 동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번 유치전은 민간 차원이라기보다는 정부간의 경쟁입니다.
-한일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는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습니까.
▲88년 서울올림픽 때도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지만 청문회 등 정치문제 때문에 이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한국이 괜찮은 나라라는 인식을 세계인에게 심어줬고 아시아인에게는 한국이 아시아의 대표라는 생각을 갖게 해줬습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특히 제3세계 국가들에서 크게 좋아졌습니다.
일본과는 현대사에서 협력을 통해 이뤄낸 첫 성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지도자에 따라 조직이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국민들의 응원열기는 우리 사회가 수직사회에서 수평사회로 바뀌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이를 잘 활용해서 현재 세계 12~13위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을 8강으로 빨리 끌어올려야 합니다.
-경제8강으로 도약하자고 했는데 기업이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장애물이 적지않은 것 같습니다.
▲노사문제가 기업들로서는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또 최근 기업이민도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기 힘들고 최근 환율마저 떨어져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지요. 이들이 보따리를 싸서 중국으로 가려고 합니다. 국내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벤처나 바이오테크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렵습니다. 신기술을 접목하는 산업과는 별도로 전통산업도 붙잡고 있어야 합니다. 중소기업들은 한국인 신입사원을 뽑기가 너무 어려워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할 지경입니다. 정부가 기업활동을 위한 여건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포스트월드컵 대책을 짜고 있습니다. 서울올림픽 때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월드컵의 즐거운 추억을 간직한 채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야 합니다. 국가 이미지는 많이 올라갔지만 개별상품은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이번 월드컵으로 우리 국민들은 세대간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됐습니다. 일당 10만원을 준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열광적으로 응원전을 펼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발적인 참여의 힘입니다. 전문가들이 경제8강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연구를 해야 합니다. 가능성은 거스 히딩크 감독과 붉은악마가 보여줬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동기만 부여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를 정부가 전략적인 정책으로 잘 살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환율이 많이 떨어졌고 기업들의 투자도 크게 줄었습니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업인들은 달러당 1,200원 벽이 깨져서는 안된다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달러약세가 대세인 만큼 기업들은 이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투자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발상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과잉공급으로 고생한 경험이 많다 보니 금리가 낮은데도 투자를 안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 투자를 유도해야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호텔을 짓고 볼거리를 만드는 것이 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동남아에 가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시설이 좋은 호텔과 골프장이 얼마나 많습니까. 기업에 땅을 공짜로 빌려주더라도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500억원 규모의 '새천년의 문'을 지으려던 계획이 무산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파리에는 에펠탑이 있고 상하이에는 동방명주탑이 있습니다.
월드컵을 상징하고 관광상품화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월드컵기념관도 지어야 하는데 정부가 장기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이를 추진해야 합니다.
52년에 올림픽을 치른 헬싱키는 지금도 올림픽경기장을 관광코스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임기가 이제 반년 정도 남았습니다. 그동안 경제정책의 공과와 남은 기간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 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거시 측면에는 좋은 점수를 줘야 합니다. 외환위기로 파산 직전에 몰린 나라살림을 5년 만에 살려낸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4대 개혁과제 중 금융 부문 개혁은 잘했다고 봅니다.
금융기관을 구조조정한 결과 이제는 외국에서 서로 사겠다고 덤벼들고 있지 않습니까. 공적자금을 너무 많이 사용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국경제가 수십년 동안 쌓아온 부실을 해소하는 결과일 뿐 이 정부에서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공ㆍ노사관계는 그렇지 못합니다. 특히 주5일 근무제 도입의 경우 기업들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노는 것만 국제기준에 맞추려고 하는 것은 개선돼야 할 부분입니다.
-12월에 뽑히는 차기 대통령은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할까요.
▲시장경제를 철저하게 믿고 따르는 대통령이어야 합니다. 말로만 그러겠다고 해서는 안됩니다. 이제 기업은 경제활동에서 가장 무서운 건 국세청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보이는 손' '힘 있는 규제'로 경제정책을 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시장의 규칙에 의해 자율적으로 규제되고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는 연말에 ICC 부회장으로 선출될 예정인데 ICC의 활동계획과 포부는 무엇입니까.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부회장에 선출됩니다. 임기 2년을 마치면 회장ㆍ명예회장을 각각 2년씩 더 하게 됩니다. ICC는 세계기업의 대표자격으로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의견을 내는 활동을 주로 합니다. 전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겠지만 국제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진=김동호기자
대담=이종환 산업부장
정리=조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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