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통화정책을 담당한 한국은행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이다. 통화정책의 핵심인 '기준금리'를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다가도 어느 순간 협조하는 듯한 액션을 취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현 정부 들어서도 그랬다. 지난 4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한은은 같은 달 보란듯(?) 금리를 동결했다가 5월에야 자의반 타의반으로 금리를 내렸다. 4일에는 현 부총리와 김중수 한은 총재가 '곰탕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런 '불편한 관계'인 두 기관이 단체미팅을 한다.
20일 기재부와 한은에 따르면 두 기관은 다음달 중 미혼남녀 20명이 참여하는 10대10 단체미팅 행사를 연다. 기재부 남녀 공무원 각 5명과 한은 남녀 직원 각 5명이 참여한다. 이번 행사는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의 제안으로 추진됐다는 후문이다. 청사를 세종시로 옮기면서 기재부 노총각ㆍ노처녀들의 혼삿길이 막히자 카운터파트인 한은에 단체미팅을 제안했고 한은 측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기재부 여자 공무원과 한은 남자 직원 간 미팅으로 추진됐다. 남자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격'에 맞는 짝을 찾기 어려운 여자 공무원을 우선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한은 측에서 "우리도 노처녀 문제가 심각하다"고 반론(?)을 제기해 각 기관이 남녀 동수를 출전시키는 것으로 합의했다. 날짜와 장소는 미정이다. 당초 오는 금요일인 21일 서울 이태원에서 행사를 갖기로 했으나 기재부 측 사정으로 다음달로 연기됐다.
두 기관은 이번 단체미팅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선남선녀 간의 흔한 미팅일 뿐 다른 배경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어색한 조합'이라는 촌평이 나오고 있다. 한은의 한 간부는 "두 기관의 불편한 관계와 단체미팅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지만 내부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의 한 공무원도 "미팅을 통해 혼사까지 성사된다면 두고두고 화젯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행사에서는 미혼남녀의 미팅뿐 아니라 각 기관의 2인자인 추 차관과 박원식 한은 부총재 간 미팅도 이뤄진다. 추 차관이 참가자들을 격려하는 뜻에서 미팅장소를 방문하기로 하자 박 부총재도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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