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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노사와 부부관계

한국노총이 지난 6일 「재계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전경련 회장실을 기습 점거하면서 시작된 노사갈등이 이제는 가두시위로 확산되고 있다.노사는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며 서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나 조정기능을 상실한 정부는 『묘안이 없다』고 한숨만 내쉬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대규모 민중대회를 열었으며 노총은 오는 17일 시한부파업, 23일에는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노사가 극한대립양상을 보이고 있어 대외신인도 하락 등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노사정위원회가 뒤늦게 나서 노조전임자 임금문제에 대한 중재안을 마련했으나 한번 지펴진 불씨를 끄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노사정위는 공익위원들만 참석한 회의를 열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과 법위반 사업주 처벌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사용자는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조항을 새로 두기로 했다. 또 노사정위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쟁의행위 대상에서 제외하고 전임자수의 상한선을 설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사양측이 모두 중재안 수용불가를 선언했다. 경총 관계자는 『경제인들은 「우리의 시체를 밟고 법을 개정하라」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는 의원에 대해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공익위원안대로 되면 노조전임자 수가 줄어들어 노조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컨설팅업체인 기업문화연구원이 최근 50년대이후 한국의 노사관계 변천사를 부부관계에 비유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연대별로 보면 50년대는 연애단계, 60년대는 결혼단계, 70년대는 신혼 및 출산단계, 80년대는 주말부부와 각방쓰기 단계, 90년대는 재결합과 이혼 등 파탄단계, 2000년대는 가정재건단계라고 지적했다. 특히 90년대 초반에는 가정을 소홀히 한 남편(사측)의 반성과 아내(노측)의 양보로 극적인 타협이 이뤄졌으나 후반에 접어들면서 살림이 곤궁해지자 갈등이 깊어만 갔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에 따른 경제위기로 가계가 거덜날 지경에 이르자 남편은 생활비덜주기(감봉), 친정보내기(휴직), 해고(이혼) 등을 독단적으로 단행하자 부부관계는 마침내 파탄지경을 맞게 된다. 이번 노사갈등의 이면에는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노사가 모두 제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몫을 챙기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노사 모두 자기이익 챙기기에서 한발걸음씩 물러나야 한다. 우리경제가 이제 막 살아나려는 시점에서 노사갈등의 증폭은 경제회생의 기본틀을 무너뜨릴 수 있으며 어느쪽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노사양측이 이번주중 회담을 갖고 대타협을 시도하고 있으나 양측간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 타협점을 찾으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부부(노사)간에 별거기간이 길면 질수록 다시 합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이치다. IMF사태로 한번 망가졌던 가정을 다시 재건하기 위해 부부가 신혼시절의 맹세를 상기하면서 살림살이를 늘려나가야지 부부싸움으로 가계를 탕진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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