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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융 엇갈린 두표정

요즘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말썽많던 금융재생법안이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은행권은 일단 회생의 가닥을 잡은데 반해 증권사들은 막대한 적자를 감당못해 뒤늦게서야 감량 경영에 돌입했다. 이같은 대조적인 현실을 반영, 은행주엔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최근 급등세를 타고 있지만 증권주는 투자가들로부터 냉대를 받고 있다. 은행권의 부실채권 해소 여부와 증권사의 구조조정 성과는 올해안에 드러날 전망이며 이는 곧바로 일본 경제의 아킬레스건(健)인 금융계의 미래를 판가름하게될 전망이다. <은행권, 회생의 길로> 부실은행에 모두 60조엔(5,141억달러)의 공공자금을 투입하는 금융재생법이 시행됨으로써 일본 경제의 해묵은 난제가 일단 풀리게 됐다. 우선 장기신용은행이 23일 처음으로 일시 국유화조치인 특별 공적관리를 신청했으며 회생 가능한 부실은행들도 잇따라 공공자금 투입을 신청할 전망이다. 일본흥업(興業)은행은 이미 공공자금 신청의사를 분명하게 밝혔으며 도쿄_미쓰비시, 다이와 등 주요 은행들도 대부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막대한 부실채권으로 빚어진 자본 부족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공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외국인들은 은행주를 앞다투어 매입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그림 참조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는 이날 곧바로 장기신용은행을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의 민간은행이 국유화된 것은 전후 처음있는 일이다. 은행들은 내달까지 필요 금액과 경쟁회사의 입장 등을 감안해 신청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되며 정부는 연내에 자본투입을 완료할 방침이다. 이같은 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은행들은 100조엔을 웃도는 부실채권 부담을 덜게될 뿐만 아니라 자기자본비율도 국제기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자기자본비율이 10∼12%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공공 자금을 은행에 투입함으로써 기업들에 대한 대출여력이 생겨나 신용경색을 완화시켜 침체된 일본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3일 금융재생법이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일본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22일 『일본 경제가 앞으로 몇달간 기로에 놓여 있다』면서 금융체제 안정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선언했다. 금융재생법의 성패에 일본 경제의 앞날이 달려 있는 셈이다. 【정상범 기자】 <일본 증권사, 막대 적자 발표 ...금융시장 회복에 또다른 암초> 일본 증권업계의 부실경영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일본경제 침체에 따른 주가하락에다 세계 금융위기까지 겹쳐 일본 증권사들의 부실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부실이 일본은행들에 대한 공공자금 투입으로 가까스로 숨통을 트고 있는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22일 지난해 상반기(4~9월) 4억2,000만달러의 흑자를 보였지만 올 상반기엔 무려 17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3대 증권사인 다이와와 닛코도 같은 기간 각각 5억7,000만달러, 4억9,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물론 증권사 적자의 상당부분이 해외사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던 노무라는 러시아정부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을 선언하면서 6억달러를 손해봤다. 또 미국의 주택저당채권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세계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채권 가격이 폭락 6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미국의 호경기시절엔 수익성이 좋은 주택저당채권이 인기를 누렸지만 세계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안정성을 찾아 미 재무부 채권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여기다 금융개혁으로 그동안 고율이었던 주식중개 수수료가 축소되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했다. 정도는 덜하지만 다이와, 닛코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렇찮아도 이들 증권사들은 고객주식의 매매뿐 아니라 자체 자금을 이용, 주식에 투자하는 자기매매까지 해왔는데 주가가 폭락하면서 엄청난 주식평가손을 볼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이에따라 내우외환에 빠진 주요 증권사들은 적자발표와 함께 사활을 걸고 대규모 인원감축을 포함하는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노무라는 향후 3년간 2,000명을 감축하고 해외사업부문의 축소,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자기매매, 부동산 증권화 등 위험성이 높은 사업에서 탈피, M&A중개 등 투자은행업무, 소매금융 강화 등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생각이다. 다이와도 판매·행정비를 20% 삭감하는 동시에 자산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닛코는 타이와 말레이시아 지점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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