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기업을 겨냥한 문어발식 지원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몇 개 기업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맞춤형 취업전략을 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007년 하반기 취업시즌이 시작되면서 구직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과거보다는 상시채용 문화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실시하는 하반기 공채는 아직도 구직자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취업 기회다. 지난해에 비해 다소 줄기는 했지만 500개 상장사에서 계획하고 있는 하반기 공채 규모는 1만9,0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기업마다 요구하는 인재상이 다르고 채용방식도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어서 구직자들이 취업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업종별, 기업별 채용기준이 천차만별인 만큼 문어발식 지원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치밀하게 준비해야 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색깔있는 채용이 늘어난다= 지난해 수도권의 한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A씨는 얼마전 파리바케트와 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에 지원서를 냈다가 면접에서 뜻밖의 테스트를 받고 곤욕을 치러야 했다. 면접자에게 3개의 빵을 내 놓고 각각의 향을 맞춰보라는 것이었다. A씨는 열심히 냄새를 맡아봤지만 향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SPC가 이런 면접을 준비한 것은 제과업체에서 근무하려면 맛과 향에 대한 감각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올들어 채용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들이 저마다 색깔있는 ‘채용 문화’를 만들어가면서 채용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라톤을 하면서 인내력을 측정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찜질방과 산, 술집 등을 돌아다니며 지원자의 숨겨진 내면을 살펴보는 곳도 있다. 또 운동시합을 시켜놓고 팀내에서 얼마나 잘 융화하는지를 체크하기도 하고 면접 때 황당한 질문을 해서 순발력과 침착성을 테스트하기도 한다. 한 인터넷업체는 사이버머니를 나눠 주고 이를 활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프리젠테이션을 요구하기도 했다. 올 채용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지난해부터 등장한 ‘열린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기업과 금융기업을 중심으로 학력과 연령제한을 없애는 등 전통적인 채용방식이 사라지고 있다. 전업주부를 신입사원으로 뽑은 한국전력이 대표적인 사례다. 채용과정에서 토익 등 공인어학 점수의 기준은 대폭 낮추는 대신 회화 능력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소한’의 영어회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지원자들은 모두 불합격 처리하고 있고 LG전자는 면접 때 영어단어 5개를 주고 영작을 시켜 창의성과 순발력, 영어실력을 동시에 테스트하고 있다. 또 GS리테일은 대졸 공채시 어학성적 제한을 없앴고 교통안전공단과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도 어학성적 제한을 없애 토익점수가 없어도 서류전형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맞춤형 전략을 짜라= 바람직한 인재상과 채용방식은 기업별 업종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입사를 희망하는 업종과 기업에 따라 취업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 리크루팅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를들어 트렌드와 기술이 수시로 달라지는 정보통신업계는 유행에 민감하고 다소 엉뚱하더라도 창의성이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반면 돈을 다루는 금융업체는 톡톡 튀는 사람보다는 안정감과 책임감이 있는 지원자를 더 좋아한다. 따라서 취업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곳 저곳에 무턱대고 지원하기 보다는 목표하는 기업 몇 곳을 정한 뒤 해당 기업의 인재상과 채용방식에 맞춰 전략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토익 등 공인어학실력보다는 회화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을 감안하면 영어면접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실제로 대기업 가운데 53%는 직접 영어면접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인맥을 만들어 꾸준히 직접 의사소통을 해보거나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영어토론을 연습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기업들의 해외 진출 지역이 다양해지면서 해당 지역 언어에 능통한 인재가 각광을 받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최근들어 BRICs 국가(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대한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이들 국가의 언어 구사자를 우대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은행과 포스코, STX에서는 브릭스 언어 우수자나 지역 전문가에 대해서는 채용시 우대하고 있다. 결국 확실히 구사할 수 있는 제2 외국어가 있다면 이는 곧 취업으로 가는 특급열차를 탄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한가지 주의할 것은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라고 해서 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보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력과 아이디어를 갖춘 인재라고 생각해서 뽑아 놓았더니 조금 마음에 안맞는 부분이 있다고 금방 나가버려 곤란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튀기만 하는 인재보다는 오래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충성도’ 있는 사람을 더 원하는 것이다. ◇면접관문을 넘으려면= ‘인재가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채용시 면접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경우 적게는 1~2시간에서 많게는 반나절 이상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대기업이 가장 많이 실시하는 유형은 토론면접. 시사적인 문제에 대해 찬반토론을 하게 하고 이를 관찰,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런 유형에서는 논리적으로 의견을 펴는 것 못지 않게 남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심사포인트다. 주제나 문제를 던져주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작성, 발표하게 하는 프리젠테이션 면접도 비교적 많이 실시된다. 포스코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핵심을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다. 면접관 몇 명이 한 명의 지원자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을 하는 심층면접에서는 어설프게 자신을 미화했다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결국 탄로가 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되도록 정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좋다. 은행권에서 하는 합숙면접은 다른 면접보다 팀워크가 잘 드러나기 때문에 리더십을 보여주면서도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최근 들어 이직이 잦아지면서 전형과정에서 지원자의 인성을 살펴볼 수 있는 압박면접, 다차원면접 등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면접과정에서 조직 내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해소했던 사례 등을 곁들여 설명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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