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서 스시&샤브뷔페 ‘골든푸켓’을 운영하는 김동춘(42ㆍ사진) 사장은 20여년 전 고향인 안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기 위해 주머니에 단돈 1만5,000원을 지니고 서울로 상경했다. 미용실 보조를 시작으로 갖은 고생 끝에 미용실과 육류 유통업으로 자수성가해 현재 김씨는 400석 규모의 대형 뷔페음식점과 육류 유통업체를 운영하며 20억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사업가로 성공했다. ◇ 두번의 실패 끝에 미용실로 성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한 김씨는 낮에는 미용실 보조로 일하면서 야간에 미용학원을 다니며 기술을 익혔다. 1년 반만에 독립한 그는 동덕여대 인근에 미용실을 차렸지만 8개월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미용기술도 다소 서툴렀지만 너무 어린 나이여서 고객을 다루는 노하우가 부족했던 것이 패인이었다. 장소를 자양동으로 옮겼지만 역시 실패였다. 연이은 실패는 큰 좌절과 경제적인 손실을 안겼지만 대신 김씨는 미용실 운영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미용기술도 나날이 향상됐다.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주부 고객들을 상대하는 요령도 터득했다. 세번째로 중곡동에 차린 미용실은 장사가 잘 됐다. 천호동으로 옮겨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의 실패를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음이 있는 성공이었다. “원래 미용실은 두서너번 망해봐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고 해요. 어린 나이에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면서 사업 감각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지요.” ◇ 육류 유통업으로 큰 돈 벌어 = 김씨는 92년 결혼과 함께 평범한 주부로 돌아갔다. 한동안 육아와 가사일에 전념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육류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마장동에 자그마한 정육점을 차린 김씨는 몸이 부서져라 일에 매달렸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까지 출근해 밤 12시까지 일했다. 판매와 배달, 영업 등을 모두 직접 했다. “무슨 일이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대충대충 하는 것은 제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어요. 어찌 보면 무모했죠. 한번은 르망 승용차에 고기를 600kg이나 싣고 배달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너무 고기를 많이 실어서 타이어가 터질 지경이 되자 다른 운전자들이 걱정해줄 정도였습니다. 그때는 운전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그런 말에 신경 쓸 여유도 없었어요. 그냥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자동차처럼 김씨의 사업도 쾌속질주했다. 김씨는 대형 웨딩홀을 집중 공략했다. 고기 도매업을 하면서 김씨가 취한 전략은 박리다매. 남들이 25%의 마진을 남길 때 그는 10~15%의 마진만 보고 고기를 납품했다. 이러한 전략이 먹혀 들어 그와 거래하는 서울시내 대형 웨딩홀ㆍ뷔페가 25개가 넘었다. 고기 장사로 족히 30억~40억원은 벌어들였다. 김씨의 억척스러움과 무모함은 홀홀 단신으로 호주로 건너가 호주산 쇠고기를 직접 수입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1차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금지되자 김씨는 캐나다산과 호주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여러 경로로 알아보던 중 캐나다산보다 호주산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김씨는 통역관 한명을 대동해 직접 호주로 날아갔다. 호주의 대형 육류유통업체인 ‘하비’사를 찾아간 그는 자신에게 쇠고기를 공급할 것으로 요구, 결국 수입권을 따냈다. “영어도 못하는 외국 여자가 나타나서 고기를 내놓으라고 하니 황당해 할 수 밖에요. 그래서 고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많이 알고, 많이 팔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도 믿지 않길래 그 자리에서 소 한 마리를 전부 해체해 보였죠. 그랬더니 계약서에 사인을 해주더군요.” ◇ 외식사업으로 새로운 도전 나서 = 육류 유통업으로 큰 돈을 번 김씨는 2002년 경기도 남양주에 고깃집을 차려 외식업에 뛰어든다.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자신이 수입한 호주산 쇠고기를 판매했다. 미니 버스를 마련해 남양주는 물론 인근의 구리시에 있는 손님들을 실어 날랐다. 하루에 매출이 600만~700만원을 오르내릴 정도로 장사가 잘 됐지만 2003년 광우병 파동이 다시 터지면서 하루 매출이 30만원선으로 쪼그라들었다. 김씨는 가게를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까지 육류 유통업에만 전념하던 김씨는 올 4월 경기도 일산에 990㎡ 규모의 대형 스시&샤브뷔페를 오픈하고 다시 외식업에 도전했다. 웰빙 트렌드로 인해 해산물이 각광을 받는 것을 보고 시작한 사업이다. 가게를 내는 데만 10억원이 넘게 들어갔다. 해산물 뷔페와 샤브샤브 요리를 접목한 골든푸켓은 다른 해산물 뷔페 레스토랑에 비해 가격이 20% 가량 저렴한 것이 특징. 수유실과 놀이방도 갖췄다. 생일 고객에게는 샴페인과 케익을 무료로 제공하고, 10인 이상 고객들에게는 주방장 특선요리를 제공하는 등 김씨는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골든푸켓은 주중에는 700만~800만원, 주말과 휴일에는 1,500만원의 하루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김씨는 아직 기대에는 못미친다고 말한다. 골든푸켓 외에도 김씨는 이달 중으로 남양주에 다시 호주산 쇠고기를 판매하는 음식점을 또 낼 계획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서 호주산 쇠고기 판매가 급감했지만 수요층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김씨는 “미국산 쇠고기는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호주산 쇠고기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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