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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7월 3일]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신중히
입력2008-07-02 17:39:59
수정
2008.07.02 17:39:59
최근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시행시기에 대해 사업자 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해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 간 번호이동을 조기에 시행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재산보호를 위해 문제점이 해결된 후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은 사용하던 시내번호를 인터넷전화에서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번호이동은 이미 시내전화 간, 이동전화 간에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이는 서비스 특성이 동일해 소비자가 사업자만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인터넷전화와 시내전화 간 번호이동은 다르다. 서비스 특성과 요금체계가 전혀 다른 두 서비스 간 번호이동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는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번호를 사용, 시내ㆍ외 단일요금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통화품질과 보안에 약하고 119나 112 등 긴급통신에 약한 단점을 갖고 있다. 반면 시내전화는 위치에 따라 시내요금과 시외요금으로 구분돼 요금은 다소 비싸지만 품질과 보안ㆍ긴급통신 등에서 우수성을 보인다. 따라서 특성이 다른 서비스 간 번호이동은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인터넷전화의 경우 긴급통신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인터넷전화는 시내번호를 갖고 있을지라도 시내전화처럼 발신자의 위치를 자동으로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위험에 처한 소비자의 구호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번호체계의 혼란도 있을 수 있다. 인터넷전화가 번호이동으로 02라는 지역번호를 가질 경우 서울에서만 사용해야 하지만 인터넷전화 특성상 전국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하다. 연간 약 200만가구가 이사를 하는데 이렇게 되면 2~3년 뒤에는 통화권을 준수하지 않는 사례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역번호 체계의 대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정전 등 통화불능 사태가 발생할 때도 문제다. 노약자나 환자의 경우 전기장치로 치료를 할 때 정전이 되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때는 인터넷전화도 불통이 되기 때문에 더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보안 및 방재 시스템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최근 인터넷전화의 보이스피싱 및 보안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은 감청ㆍ감시 방재 시스템 및 제도미비로 범죄 및 테러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경우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가 요청할 때 통신사업자들이 긴급감청접속(ready wiretapping access)을 제공하도록 하는 규정(Communications Assistance for Law Enforcement Act of 1994)을 인터넷전화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특성이 다른 서비스 간 번호이동을 허용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인터넷전화와 시내전화 간 번호이동 조건을 엄격히 정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번호이동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일본ㆍ호주의 경우는 인터넷전화와 시내전화 간 번호이동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만 인터넷전화를 정보 서비스로 분류하면서 별도의 규제 없이 시내전화번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시내번호 인터넷전화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긴급통신의 미제공으로 연이은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법정소송과 경영난으로 유명한 인터넷사업자 보니지(Vonage)는 현재 매각설이 나올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다.
번호이동 시행시기를 결정하는 기준은 간단명료하다. 시행 여부는 저렴한 요금과 위험노출 중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이뤄지는 게 아니라 두 가지 모두를 확보한 시점에서 결정돼야 한다. 특성이 다른 두 가지 전화의 단점을 해소하고 장점은 확보한 뒤 번호이동을 시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터넷전화는 긴급통신ㆍ보안 및 방재 시스템이 확보돼야 하고 번호이동은 번호체계 통합이 가능한 시점을 고려해 시행돼야 한다. 사업자 간 이해관계나 가시적인 정책 달성이 아니라 소비자 안전과 저렴한 요금을 위해 다시 한번 신중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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