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車 산별교섭의 '덫'에 걸리나] 접점없는 대각선교섭 협상의제·중복교섭 싸고 첨예 대치노조 "비정규직·사내하청업체 문제등도 다뤄야"사측 "개별 기업서 해결힘든 정치적 사안은 안돼"산업별 경영여건 달라 이중·삼중교섭 우려도 커 심희정 기자 yvette@sed.co.kr “(회사 측이) 대각선 교섭에 나올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입니다.”(윤해모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개별 기업이 다룰 수 없는 의제를 내거는 산별교섭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노진석 현대차 홍보이사) 지난 2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는 부품과 완성차를 실어나르는 트럭들이 분주하게 드나들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생산활동에 몰두하고 있어 임금협상을 앞두고 노사가 대치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건물 안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식당을 비롯한 건물 입구에는 산별교섭을 촉구하는 노조 측의 대자보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대자보에는 ‘중앙교섭 없는 지부교섭은 안 한다’ ‘회사 측에서 금속노조와의 대각선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투쟁도 고려하고 있다’는 등 사측을 압박하는 문구들로 가득했다. 지난해 모처럼 분규 없이 임금협상을 타결지었던 현대자동차가 올해는 산별교섭이라는 복병을 만나 위기를 맞고 있다. 금속노조 측은 현대차가 대각선 교섭을 계속 거부할 경우 오는 6월 말부터 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현대차 노조도 “올해는 임금협상과 관련해 눈이 올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별교섭과 관련한 쟁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협상의 의제이고 또 하나는 이중교섭 문제다. 협상 의제와 관련해 노조 측은 총 고용인원은 유지하면서 해마다 비정규직 5%를 정규직화하고 사내 하청업체에 대해서도 현대차가 사용자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노조 측은 해외투자 시 노조의 동의를 받을 것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윤해모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의 문제도 넓게 본다면 근로조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조합으로서는 절박한 사안”이라며 “이런 것들은 기존의 임단협 과정에서도 노사 간에 다뤄온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에서는 현대차의 노사관계와 관련된 부분만 협상하자는 얘기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안 가운데는 비정규직 문제와 원-하청 불공정거래 등 개별사업장에서 다룰 수 없는 내용이 들어 있다”며 “노사 산별준비위원회를 통해 의제를 조율하지 않고는 교섭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노동연구원의 한 관계자도 “개별기업에서 해결이 불가능한 정치적인 사안을 가지고 대정부 투쟁에 조합원들을 동원하면 사용자는 물론이고 노동자들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 주도하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앞세워 파업을 단행, 4,893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결국 회사에 694억원의 손실을 끼쳤다. 이 때문에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도 “금속노조가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현대차 노조를 정치파업에 끌어들이고 있다”며 거센 반발이 일었었다. 현대차 노사가 산별교섭을 놓고 대치하게 만드는 또 다른 문제는 중복교섭이다. 산별교섭은 대기업에서부터 영세기업에 이르기까지 경영 여건이 서로 다른 다양한 기업들이 일괄 참여한다. 이 때문에 산업별 평균 근로조건을 합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설령 조건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사업장 단위에서 노사 간에 보충교섭을 벌일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는 산별교섭과 현대차 노조와의 전체 교섭 중간에 지역 지부별 교섭이 추가된다. 이중이 아니라 사실상 삼중교섭이 되는 셈이다. 노조 측에서는 “금속노조의 교섭요구는 임단협 등에서 다뤄온 내용이기 때문에 이중교섭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회사 측은 “임금인상안만 하더라도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의 요구안이 다른 것을 보면 이중교섭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노사 간에 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현대차는 다시 파업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금속노조가 대각선 교섭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6월 말부터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현대차 노조도 당초 6월11일로 예고했던 대규모 상경시위를 28일로 앞당겨 투쟁 강도를 높이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 측은 “올해 임금협상은 눈이 올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근로조건이 산업평균을 훨씬 넘어서는 상황에서 산별교섭을 벌이면 아까운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게 된다”며 산별교섭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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