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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떨어져야(사설)
입력1997-07-01 00:00:00
수정
1997.07.01 00:00:00
전국의 땅값이 3년째 오름세다. 건설교통부가 지난달 30일자로 확정 발표한 「97년도 개별공시지가」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2천6백37만필지 가운데 37.1%에 달하는 9백76만7천필지의 땅값이 지난해보다 올랐다. 반면 땅값이 내린 곳은 전체 필지의 10.7%인 2백82만8천필지에 그쳤다. 나머지 (48.5%)는 지난해와 같은 보합세다.이는 작년도에 전체 필지의 41.6%가 오른데 이어 95년이후 3년째 땅값 상승지역이 하락지역보다 늘어난 것이다. 경기는 바닥을 기고 있는데 땅값만 오른꼴이다.
땅값은 오르지 않는 것이 좋다. 제조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고비용 저효율」로 특징지워지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땅값은 오른 만큼 그대로 제조원가에 반영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땅값은 세계적이다. 한때 가장 비싼 나라로 소문난 일본은 지난 몇년째 계속된 경기침체로 땅값이 곤두박질했다. 이제 우리가 일본을 대신, 달갑지 못한 세계 제일을 자랑하게 됐다.
땅값이 내려야 한다는 것은 당위다. 제조원가에 큰 몫을 맡고 있는 땅값·임금·물류비 가운데 그나마 억제가 가능한 부문은 땅값밖에 없다. 비누거품처럼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 것이다.
우리나라 제품은 지금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곤 별로 없다. 우리의 직접 경쟁국인 일본을 보자. 일본은 불황이 깊어지기 시작한 지난 92년 땅값이 전국 평균 91년대비, 4.6%나 떨어졌다. 93년에는 8.4%, 94년 5.6%, 95년 3.0%, 96년 4.0% 등 5년간 25.6%나 하락했다. 동경의 경우 무려 44.7%나 폭락, 주택금융전문회사(주전)가 도산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말 일본시중은행의 불량채권 총액은 34조엔에 달하며 회수불가능 악성채권만도 10조엔에 이른다. 일본정부는 오히려 땅값안정을 계기로 해외로 빠져나간 공장들을 국내로 다시 유치하고 있다. 또 부동산 담보 대출로 자산가치가 하락된 은행들을 통·폐합 등의 방법으로 금융빅뱅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4년말 은행권의 부동산 담보대출이 41.5%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땅값이 10% 내릴 경우 은행의 부동산 담보가액이 3조1천억원 정도 하락, 부실 채권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로 본다면 땅값은 절대적으로 내려야 한다. 극심한 경기침체속에서 땅값만 오른다는 것은 경제논리에도 맞지 않다. 자칫 땅 사재기가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될까 두렵다. 과거에 재벌들은 은행돈을 빌어 땅을 사고 그 차익으로 자산을 부풀려 나갔다. 땅값은 어떠한 경우에도 안정돼야 한다. 더 이상 재테크의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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