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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경기

경기선행지수 8개월만에 하락·소비둔화 지속<br>소비재 판매 11개월만에 최저·제조업 업황전망 5개월째 내리막<br>수출마저 둔화땐 내수 버팀목役 할지 의문…전문가 "대책 시급"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확산으로 세계경제 침체 우려가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기도 상승탄력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우리 경기는 광공업생산 호조,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살얼음판’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힘이 크게 떨어져 급격히 하강반전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경기를 홀로 이끌어왔던 수출이 선진국 경기침체로 둔화될 경우에 버텨줘야 할 내수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를 지속해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부양대책은 아니지만 경기의 급격한 둔화를 막기 위한 대책은 정부가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힘 떨어진 상승세=지난해 12월 생산동향에서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월비 12.4%로 전월의 10.8%에 비해 증가율이 확대됐다. 설비투자 역시 전년 동월비 7.4%의 증가율을 기록해 전월의 3.9%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반면 소비재 판매는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인 전년 동월비 2.6% 증가에 그쳤다. 11월 증가율인 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비스업은 증가세가 둔화됐다. 12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비 5.7% 증가로 11월의 7.8%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통계청은 이 같은 지표에 대해 “수출 호조, 투자 호전 등으로 상승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향후 경기는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동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지표는 앞으로의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지난해 3월 하락반전했다가 4월 이후 11월까지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12월 이 지표가 7.2%로 전월의 7.3%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진 것. 건설수주ㆍ종합주가지수 부진 등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일시적인 하락반전이 아니라 추세가 꺾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업황 전망 갈수록 비관적=제조업체들이 보는 업황 전망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서 제조업의 2월 업황전망 실사지수(BSI)는 84로 전월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9월 95에서 10월 94로 떨어진 뒤 5개월 연속 하락세다. 한은은 “통상 1ㆍ2월이 제조업의 비수기인데다 2월 설 연휴가 평년보다 길어진 데 따른 조업일수 단축 등으로 업체의 경기전망이 좋지 않다”면서 “고유가와 글로벌 증시 불안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경기대책 서둘러야”=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기둔화도 불가피하고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 상승흐름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힘이 없는 상승세로 쉽게 반전될 수 있다”며 “특히 지속되고 있는 소비부진은 상당히 좋지 않은 신호”라고 설명했다. 선진국의 경기침체로 수출이 둔화될 경우 내수가 버팀목이 돼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경기급랭을 막기 위한 경기대책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권 수석연구원은 “금리와 재정 등 경기하강을 막기 위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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