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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中企 업그레이드] (5) 보호막을 벗어라
입력2004-01-19 00:00:00
수정
2004.01.19 00:00:00
서정명 기자
중소기업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정부에 손을 벌려 돈을 꾸고 정부조달물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혼자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능력도 키워야 한다. 정부가 제시하는 따뜻한 보호막을 이제는 거부하고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서야만 한다. 앞으로 이러한 시대요구는 더욱 더 거세질 것이고 이에 대비하지 않는 중소기업은 간판을 내려야 할 처지에 놓일 것이다.
특수펜을 만들어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U사는 일찌감치 생산제품을 수출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영업전략을 수립해 오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조달청이 발주하는 단체수의계약에 의존하며 어떻게 하면 정부물량을 손쉽게 받아올 수 있을까 고심하는 것과는 달리 해외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앞으로 정부의 중소기업 우대혜택은 점차 줄어들 것이고 단체수계 품목도 점차 감소할 것이다. 정부발주 물량에 목을 빼며 기다리기 보다는 제품개발과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내수와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U사 대표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연간 9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수출비중이 80%에 달할 정도로 해외시장에서 오히려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정부가 올해 얼마나 많은 볼펜을 단체수계로 구입할 것인지 이 회사는 알 바가 아니다.
형광등에 들어가는 안정기를 생산하는 K사는 오래전부터 고유브랜드를 개발해 민간회사와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경쟁입찰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단체수의계약으로 정부건물, 철도청, 공항 등에 제품을 공급하는 경쟁회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변변한 브랜드 하나없이 단순한 부속품으로만 여겨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이 회사는 자체브랜드를 가지고 영업활동을 하고 있고 정부발주 물량보다는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경쟁입찰에 나서고 있다. 기술력도 있고 가격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기업은 단체수계라는 보호막을 거부하고 중소기업도 자립기반을 갖추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단체수의계약은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65년 만들어졌다. 40년 가까이 중소기업을 지켜주는 버팀목 역할을 한 셈이다. 특정 중소기업조합의 경우 단체수계 물량이 1조원에 달하며 올해에도 81개 조합의 138개 품목이 단체수계에 포함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연간 중소기업 제품구매 규모가 44조원이고 단체수계로 공급받는 것은 4조5,000억원으로 미비하다고 주장한다. 또 생산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단체수계의 품목수 유지와 공급규모가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는 40년 가까이 유지해온 단체수계 제도를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이는 시대흐름이 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며 정부가 던져주는 물량을 받아먹기 보다는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나서는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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