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외국은행이 몰고온 새바람
입력1999-02-25 00:00:00
수정
1999.02.25 00:00:00
정부가 한때 영향력을 행사하려다 결국 주주들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긴 것은 평가할만하다.그러나 금융당국이 막판까지도 은행장인사에 개입하려는 미련을 버리지못했던 것은 반성해야 한다. 은행장인사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고위층의 의중이 전달되고나서야 입장이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만일 고위층의 지시가 없었다면 이번에도 낙하산 인사는 재연될 뻔했다.
여기에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이자 합작파트너인 코메르츠은행의 반발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은행의 본격적인 진출로 관치금융은 이제 어렵게됐다는 점을 실제로 보여준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외국계은행의 영향은 앞으로 국내은행의 변화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은행장 후보인선의 의외성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해말 제일은행을 인수한 미국의 뉴브리지캐피털과 최근 서울은행을 인수하기로 한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이미 우리 금융시장에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은행들이 벌써부터 내부체질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만해도 대단한 기여라고 볼 수 있다. 연대보증을 폐지하고 담보위주의 대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않을 것이다. 금융 구조조정의 성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되는 점도 적지않다. 너무 헐값에 팔았다거나 국내금융시장을 지나치게 잠식할 가능성은 이미 진부한 얘기일 것이다. 당장 예상되는 것은 지점 감축과 감원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이다. 금융당국은 제일·서울은행의 매각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감원이나 지점 폐쇄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마치 외국 은행측과 물밑 합의라도 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뉴브리지와 HSBC측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전혀 다르다. 지점을 절반이상 줄인다는 방침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것이다.
지점 및 인원조정은 경영권을 넘겨받은 외국은행들의 고유권한이기는 하다. 그러나 한꺼번에 그같은 대량 감원을 할 경우 극한적인 노사대립은 불을 보듯 훤하다. 대기업에 대한 기존대출처리의 경우도 비슷한 사정이다. 경영권변동이후에도 일정기간 특정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줄이거나 금융시장에 나쁜 신호는 보내지 않는다는 동등취급원칙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외국은행들은 기존의 대출관행은 무시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인맥과 권력 등 연고에 의존한 대출이 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외국계은행들이 당장에 엄격한 국제기준의 대출원칙을 적용할 경우 금융시장에 적지않은 혼란이 벌어질 위험성도 적지않다. 관치금융의 폐해를 제거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외국은행들이 우리 금융시장의 현실을 고려해 대출관행을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