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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의료계, 협상의지 정말 있나?
입력2000-09-29 00:00:00
수정
2000.09.29 00:00:00
[기자의 눈] 의료계, 협상의지 정말 있나?대학병원의 파행진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와 정부간의 대화가 좀처럼 진전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정 대표는 연일 만나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서울경찰청장 직접사과와 복지부 의약분업 실무담당자 인책 등을 요구, 부수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혀 본안은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지난달 연대와 중대 집회시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서울 경찰청장이 회담장에서 사과하지 않으면 대화를 할 수 없다고 하다가 이제는 복지부 의약분업 실무자의 인책을 요구하면서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가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의지가 가감 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리는 여기서 의료계가 요구하는 서울경찰청장의 직접 사과와 의약분업 실무 담당자들의 인책요구가 과연 의료의 100년대계를 위한 대화 조차 못할 중대한 사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학병원은 전공의의 70% 이상이 진료에 복귀하지 않아 파행적인 진료가 계속되고 있고, 암 환자는 정상적인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의 이러한 태도는 수많은 만성 질환자들이 정상진료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현실을 고려할 때 협상의지 조차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사실 의료계가 명분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긴다면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의료계가 먼저 대해야 할 상대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어야 했다. 정부 당국과 협상을 통해 무엇을 요구하고 얻기 보다 그 동안 집단폐업으로 고통을 받은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게 「참 의료인」의 도리가 아닌가.
엄청난 의란(醫亂)으로 불편을 준 것에 대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로 보답하겠다는 약속이라면 악화된 여론도 변할 것이다. 그런 조치가 없다면 의료계는 사회지도층으로서 대접 받을 자격이 없다.
국민들이 「적어도 아직까지는」 의료계를 지도층으로서 믿고 「선생님」군(群)으로 존경을 표하는 것은 눈앞의 이익 보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희생을 감수할 줄 아는 이성적 지식인으로 믿기 때문이다.「나」나 「우리」의 자존심만 고집하는 것은 지도층이 취할 도리가 아니다. 의료계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박상영기자(생활건강부)SANE@SED.CO.KR
입력시간 2000/09/2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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