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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채용` 청년실업 해소책 아니다
입력2003-12-25 00:00:00
수정
2003.12.25 00:00:00
이병관 기자
한나라당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내년부터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정부투자기관 및 정부출연기관에 대해 매년 정원의 3% 이상 신규 채용토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출해 놓았다. `청년실업해소 특별법`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법안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 법사위에 계류 중이고 임시국회 본회의 통과도 확실시된다.
물론 `청년실업해소 특별법`에는 공기업의 채용 의무화 외에도 대통령 직속의 청년실업대책특위 설치, 군 제대를 3개월 앞둔 사병의 정보수집과 면접을 위한 `취업특별휴가제도` 도입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청년실업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는 하나 공기업의 경영실적과 인력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묻지마 채용`을 의무화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졸속 입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정부 내내 외쳐대던 4대개혁 중 공공개혁이 가장 뒤떨어졌다고 평가받는 터에 정부와 공기업 자체에서도 난색을 표시하는 `묻지마 채용`을 강행하려는 것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치졸한 선거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방만하고 비능률적인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요구인데 신규 채용을 의무적으로 늘리라는 것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처사다.
한나라당은 청년실업이 경제성장의 장애요인이라며 미국의 뉴딜정책처럼 한시적으로 도입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년실업은 투자부진 등의 이유로 경제성장을 달성하지 못한 결과로 보아야 하며, 뉴딜정책은 일자리를 만든 것이지 일도 없는데 사람만 채용 한 게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고용 없는 경제회복` 현상이 사회 이슈로 등장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올해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어 청년실업 해소가 구조적인 과제로 대두됐다. 청년실업인구가 전체 실업자의 절반에 육박해 정부가 갖가지 대책 모색에 골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 예산을 풀어 공공근로사업을 늘리는 방식의 단선적인 대응이 미봉책에 지나지 않듯 공기업의 `묻지마 채용`은 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결국 멀지 않은 장래에 다시 `묻지마 감원`이라는 인력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공기업의 부실화를 초래하기 십상인 `청년실업해소 특별법`과 같은 어설픈 법안을 철회하고, 다른 정당들과 협의하에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고 산학협동을 강화하는 등의 보다 근원적인 청년실업 해소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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