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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가득 담긴 '제주의 자연미'

강요배 '땅에 스민 시간' 展 22일부터 학고재

강요배의 '억새꽃'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면 땅은 온통 동백꽃으로 벌겋게 변한다. 늦은 저녁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꽃이 노을을 만나면 저 멀리 달이 뜨고 한 밤중 북쪽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쏟아진다. ‘제주 민중항쟁사건’을 주제로 한 ‘4ㆍ3관련 연작’으로 민중작가로 각인됐던 제주출신 작가 강요배가 제주의 자연을 한아름 화폭에 담고 서울로 왔다. ‘땅에 스민 시간’이라는 전시 제목에서 읽을 수 있듯이 시간이 지나 만들어진 ‘결’, 구멍이 숭숭 뚫린 용암에서 느끼는 야생의 척박함을 캔버스에 고스란히 옮겼다. 제주 역사의 칼바람을 표현했던 그의 붓끝은 예전에 비해 한층 너그럽고 부드러워져 따뜻해졌다는 것이 출품작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우’ ‘감자’ ‘호박들’ 등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채를 그린 정물화는 소박하면서도 풍성해서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푸른 제주 가을의 북녘하늘을 담은 ‘북천’, 늦여름 억새꽃 사이로 가을을 재촉하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억새꽃’, 붉은색이 인상적인 ‘팥배나무’ ‘감나무’ 등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은 모두 39점. 힘차게 흐르는 폭포를 그린 ‘용폭’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담아 상승의 기운을 느낄 수 있으며, 금방이라도 천둥이 칠 듯 소용돌이 치는 하늘을 표현한 ‘주운’은 천상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고스란히 담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강요배씨는 “한라산이 은하수를 거머쥐고 있는 산이라는 의미처럼 제주도는 시간의 변화가 준 선물”이라며 “제주의 아픈 역사의 무게와 그 흔적이 생생한 고향의 섬 풍광을 그려야 한다는 앞선 시대의 강박관념을 덜어내기 위해 자연이 주는 감명보다 속마음과 느낌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부국철강 산하의 부국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여미지 식물원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서울 전시후 광주와 제주로 이어진다. 한편 작가 강요배의 작품을 아끼는 남상규 부국문화재단 이사장은 최근 여미지 식물원을 인수, 인근에 강요배 미술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전시는 22일부터 4월 4일까지 인사동 학고재 아트센터 (02)739-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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