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근로시간 단축의 허와 실

이달 들어 토요일에도 은행들이 일제히 문을 닫기 시작했다. 증권 등 다른 금융기관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들먹이고 있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이 격주 토요일 휴무라는 형식 등을 통해 근로시간을 줄여오고 있었는데 이제 은행이 토요일에 쉬게 됨으로써 본격적인 주 5일 근무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이 문을 닫으면 자금결제 등 기업활동이 제약을 받고 기업들도 덩달아 토요 휴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서방 선진국들과 약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서방 선진국들은 실업자를 줄이기 위해 실시했지만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들은 '일벌레'라는 국제사회 비판과 국민불만 해소라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건설업을 예로 든다면 우리의 경우 주당 법정 근로시간 44시간을 10시간 이상 초과하는 등 근로조건이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미국이 지난 38년 대공항으로 실업자가 양산되자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은 고용창출을 위해 같은 해 공정근로기준법(FLSA)을 제정,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였다. 46년부터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해 주당 39시간을 일하던 프랑스는 97년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공약사항이었던 고용창출을 위해 다시 한번 근로시간을 단축해 주당 35시간을 일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장시간 근로를 통해 경쟁력을 창출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과 경제동물(economic animal) 이라는 비난에 직면하면서 88년부터 99년까지 11년에 걸쳐 주 48시간인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줄였다. 주 5일 근무를 하게 되면 좋은 점이 많다고 한다. 회사에서 더 적은 시간을 보내는 대신 근무시간 만큼은 딴전 피우지 않고 더 '압축적'으로 일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돼 시간당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토요 휴무를 실시하면 관광ㆍ부동산 부문이 발달하고 서비스ㆍ건설인력 등 일자리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생산성이 올라가고 일자리도 늘고 노는 날도 늘어나기만 한다면 왜 하루 빨리 시행하지 못하는 것일까. 장점 뒤에는 단점들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 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종전과 같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법정 근로시간 단축(4시간)분만큼 초과 근로시간을 늘리게 되면 노동비용은 약 14.5%만큼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기업에 비해 인력 및 자금사정이 어렵고 경쟁력도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더욱 불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수출 등 대외업무의 차질이 생길 수 있고 사회적으로 노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생산활동에 긴장이 풀릴 수도 있고 생산성 저하도 우려된다. 은행이 주 5일 근무를 하게 됨에 따라 기업은 종래에 6일 동안 자금을 쓰고 내던 이자를 앞으로는 5일 동안 쓰고 내야하기 때문에 실질금융 비용부담이 10% 이상 늘어난다는 주장도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어찌됐건 남편의 월급봉투가 그만큼 얇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주부들이 노동현장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높다. 나아가 기업은 몰론이고 개인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근로자들은 법정 근로시간과는 상관없이 자의반ㆍ타의반으로 더 긴 시간을 일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길 수 있는 폐혜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만이 현명한 대응이 아닌가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영혁신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시간관리를 철저하게 하면서 보다 기동성 있는 스피드 경영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귀중해진 근로시간의 활용상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기존의 양적 성장위주의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선진형 고기술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강화하고 창조성을 높여야 한다. 근로자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노동의 질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삶의 질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 외에 한편으로 더 높은 생산성을 요구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늘어난 휴식시간만큼 일하는 시간에 업무집중도를 높여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주 5일 근무제의 본격 실시가 노동 생산성 향상과 전체 국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김기승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