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사진)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7일 "우리는 남북 간에 대화와 포용의 신호가 있을 것으로 믿으며 그런 과정이 계속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김재신 외교부 차관보와 회동한 직후 도어스텝(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한반도 정세의 진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남북관계 진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인지를 재차 확인하는 질문에 캠벨 차관보는 즉답을 피한 채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수준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근본적인 것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사실상 공을 우리 정부에 넘겼다. 캠벨 차관보의 이날 발언은 천안함 사태 이후 경색 국면을 유지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희망하는 미 행정부의 입장을 간접적이나마 피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또 넓게는 지난 9월 북한이 강석주 등 대미 외교라인을 대거 승진시켜 북미대화 의지를 내비친 데 대한 미국의 입장 표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캠벨 차관보는 "(북미대화 전제조건은) 남북관계 진전"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2005년 비핵화 약속을 분명하고도 설득력 있게 이행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캠벨 차관보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대화 모드로 전환되는 기류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하되 남북 간 관계개선을 위한 물밑접촉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날 회동에서는 ▦노동당 대표자회 이후 3대 세습이 본격화하고 있는 북한 정세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회의를 계기로 한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협의가 진행됐다. 한편 한미는 이날 회의에서 6월 '2+2(한미 외교ㆍ국방장관) 회의'의 후속조치로 오는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차관보급 '2+2(외교ㆍ국방)'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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