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가 급락함에 따라 달러화 등 외화를 매입하거나 매각하려는 사람들도 허둥지둥하는 모습이다. 서둘러 외화를 사거나 팔았다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환율이 움직이면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분할매수’와 ‘분할매도’를 강조한다. 또 주거래은행과의 거래 확대로 우수고객이 되면 환전수수료 할인과 우대환율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종면 외환은행 해외고객센터 팀장은 “달러가 필요한 실수요자라면 환율 전망에 베팅하지 말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분할매수에 나서는 것이 정답”이라며 “달러를 팔 계획이라면 지금 시점이 충분히 높은 만큼 분할매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환율이 단기적으로는 더 오를 수도 있지만, 최고점은 아무도 모르는 만큼 지금부터 팔기 시작하는 게 좋다는 분석이다. ◇분할매수로 위험분산= 분할매수는 환율에 대한 전망에 집중하기보다는 환율이 어떻게 변동하든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공성률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팀장은 “지금 환율이 너무 빠른 속도로 오른 만큼 조정도 빠를 것”이라며 “오버슈팅(과매도)한 측면이 있어 매수시점을 조금 늦추는 것이 좋겠지만 환율은 알 수 없는 만큼 분할매수로 위험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환율이 오르거나 내릴 거라고 예단하고 한꺼번에 사거나 안 사고 기다리면 위험만 커진다. 매수시점을 3~4번 이상으로 나누면 매수가격이 분산돼 평균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는다. 환전대신 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결제시점을 한 달 가량 늦출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해외카드는 해외사용수수료와 우대를 못 받는 높은 환율로 권할 만한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여행자수표(TC)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TC는 현금보다 환율이 유리하다. 17일 현재 국민은행의 경우 현찰은 1달러 당 1,035.81원인데 반해 TC는 1,031.22원으로 4.6원 가량 싸다. ◇주거래 은행은 환테크의 첫걸음= 기준환율이 같아도 은행 또는 고객마다 적용 받는 환율은 다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거래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다. 은행들은 거래가 많은 고객에 대해 환율 수수료 할인과 우대환율을 적용한다. 환전 수수료는 50%, 70%까지 할인 받고, 보다 유리한 환율을 적용해준다. 가령 TC도 우수고객은 1,025원으로 6원 정도 싸다. 강세가 예상되는 위안화 등을 매수한 후 미국에서 달러로 바꾸는 방법도 가능할 듯 하지만, 환전을 두 번 이상 하면 비용 부담이 큰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 ◇섣부른 매매는 금물=환율이 큰 폭으로 오른다고 해서 섣불리 달러 매수에 가담하는 것은 위험한 것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이머징 시장에서 한국의 환율만 요동을 치고 있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추세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이관석 신한은행 PB고객부 부부장은 “경상수지 적자행진, 외국인 주식매도 공세, 달러 수요급증 등 환율을 끌어올릴 요소들만 첩첩이 쌓여있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가능성도 높아 환테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라고 말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한다면 외화정기예금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맞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상승세가 지속될 지 알 수 없다”며 “외화예금에 과도하게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비(非)헤지형 펀드에 관심=환율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비(非)헤지형 펀드에 분산 투자해 환차익을 노려볼 수도 있다. 대부분 비헤지형상품들은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동남아 채권이나 펀드, 라틴아메리카 투자 펀드 등이 대표적인 상품으로 환헤지에 필요한 비용을 수익으로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종면 팀장은 “환율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동남아나 라틴아메리카 등 이머징마켓에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도 좋은 환테크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비헤지 상품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 대다수 이머징 국가들의 통화들은 글로벌시장에서 원화와 비슷한 포지션을 유지하기 때문에 환헤지의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환매 후 투자금액을 원화로 환전하게 되는데 환율 하락이 예상된다면 즉시 환전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앞으로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외화 정기예금 등으로 굴리다가 적절한 시점에 선택해 환전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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