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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스트레스, 가족ㆍ친지 따듯한 이해ㆍ격려 중요
입력2003-10-22 00:00:00
수정
2003.10.22 00:00:00
박상영 기자
최근 인터넷 취업포털 잡링크가 남녀 신입 구직회원 2,449명(남자 1,365명 여 1,0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구직자 10명 중 6명은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나 소화불량, 불면증, 두통 등의 질병에 시달린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활동 중 과도한 스트레스로 질병을 앓아 본 적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61.6%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심하게 앓아본 질병으로는 우울증이 52.7%로 가장 많았다. 소화불량과 불면증도 각각 17.4%, 16.4%를 차지했고 두통은 5.5%, 대인 기피증은 3.7%를 기록했다.
실제 취업과 관련된 스트레스로 정신과를 찾은 환자 가운데 처음 한두 번 취직에 실패했다면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지 않지만 경험이 반복되면 세상이 원망스럽고 그로 인해 만성적인 분노상태에 빠지는 환자들이 많다.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직업과 가정을 갖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냉소적이고, 자신의 처지와 무관하게 여전히 잘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소외감을 느끼면서 급기야 자신이 보잘 것 없고 비참하다는 생각에 우울증까지 겪게 된다.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뿐만 아니라 불안ㆍ초조ㆍ기억-집중력 저하ㆍ수면장애ㆍ짜증과 신경질 등 우울감과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여러 증상들이 함께 나타난다. 누구에게나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기분 장애지만 심각하게 진행되면 몸과 마음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심각한 정신 질환이다.
수면과 식사뿐만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방식과 사물을 생각하는 방향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로 우울증을 없애버리기는 대단히 어렵다.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서 우울증에서 회복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몇 개월에서 몇 년 동안 증상이 지속될 수 있으며 사회-인간적 유대관계가 무너지거나 더 심각하게 진행되면 자살 등을 감행,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을지병원 김선욱(신경정신과ㆍ02-970-8303) 교수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인체 면역기능을 저하시켜 병에 쉽게 걸리게 한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불면증이나 우울증이 한달 이상 지속되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업으로 생긴 우울증 치료법은 기본적으로 통상의 우울증 치료법과 같다. 먼저 원인이 되는 세로토닌과 같은 두뇌의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주고,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을 조절해 준다. 우울증과 연관된 뇌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은 약물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현재 치료에 사용되는 우울증 치료제들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한 약물들이며 중독이 되거나 내성이 생기지는 않는 장점이 있다. 약물치료와 함께 지나친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구직자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는 부모의 따뜻한 이해와 배려, 가족과 친지들의 격려가 필요하다.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함께 성공ㆍ명성ㆍ최고가 되는 것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사회분위기에서 커온 요즘 청년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눈에 보이는 성취, 타인들이 인정하는 성공에 심리적으로 매달리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사회인으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맞이하는 실업이라는 좌절은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취업을 앞둔 구직자들은 취업준비에 쏟는 노력뿐만 아니라 실패가 가져다 줄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어 나갈 수 있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취업했는데 나 혼자만 실업자다, 내가 취직을 못하는 원인은 전적으로 내 능력이 부족해서다, 취업에 실패하면 내 인생은 실패한 것이다라는 강박 관념을 버리고 보다 유연한 자세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스트레스를 받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스트레스를 받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스트레스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실업자 모임이나 인터넷 동호회에 참가해 보거나 회사에 취직하는 것 외에도 직업을 갖는 다른 많은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다 적극적인 미래 설계를 통해 현명하게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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