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넘치는 재고 "어떡하나" 원高로 해외판매 부진따라 차·섬유·가전 등 처리 '비상''밀어내기'도 한계…"하반기 생산 둔화 될 것" 이규진 기자 sky@sed.co.kr 관련기사 "이제 시작일뿐" 全산업계 재고문제 확산 우려 주문생산·단기납품… 재고 줄이기 안간힘 "과거처럼 '밀어내기'식 재고 처리도 이제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더 이상 떠넘길 곳이 없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입니다"(기아차 고위 임원) 국내 기업들이 환율 하락과 고유가 등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재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 수출시장의 간판주자인 자동차와 함께 섬유, 전자부품, 기계장비 등 상당수 업종들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재고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수출이 부진한 자동차업계다. 최근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고유가와 환율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기아차는 현재 국내외에 걸쳐 모두 40만대의 재고 차량이 먼지가 쌓인 채 팔려갈 날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이중 국내분만 10만대를 웃돌고 있을 정도이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작년말까지만 해도 한달치 재고 차량을 갖고 있었지만 현재 3.8개월에 달하는 물량을 떠안고 있다"며 "쌓이는 재고를 판매부문 쪽에서 처리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현대자동차도 평상시보다 30%를 웃도는 재고물량으로 잔뜩 울상을 짓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7일 현재 재고 차량대수는 3만9,500대에 이르고 있다"며 "적정 재고량 3만대를 크게 넘어선 위험수위"라고 우려했다. 가전업계도 재고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독일 월드컵 특수와 폭염으로 내수 판매가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올 가을부터 불어닥칠 환율 하락의 여파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삼성전자 등 일부 가전업체가 이미 에어컨 등을 최고 30%씩 싸게 파는 등 파격적인 할인행사에 돌입한 것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환율하락을 타고 일본이나 대만 경쟁사들이 국내외시장을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에서 급격히 밀리며 해외판매가 줄어들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섬유업계도 수출시장이 쪼그라들며 재고만 쌓여가고 있다. 대구의 섬유업체 관계자는 "고기능성 제품만 일부 주문이 들어올 뿐 범용성 제품은 해외수출길이 사실상 막혀버린 실정"이라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제품더미를 보면서 울화병까지 생길 정도"라고 밝혔다. 실제 섬유업계 전체의 재고지수는 지난 2월 91.3에서 3월 92.7로 높아진 데 이어 4월엔 93.2까지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급격한 환율 하락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부담으로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의 경우 해외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며 "당초 기대와 달리 내수시장마저 급격하게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재고 부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2월부터 생산자 제품의 재고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여러 경기지표가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원고와 고유가로 하반기 기업 생산활동이 둔화될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입력시간 : 2006/06/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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