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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은 더욱 설레내요"
입력2000-09-07 00:00:00
수정
2000.09.07 00:00:00
최석영 기자
"올 추석은 더욱 설레내요"8·15상봉 이산가족들...부모님 영정모시고 차례
『이번 추석명절엔 정식으로 부모님의 영정을 모시고 차례를 지낼 수 있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입니다. 평양에서 만났던 형제들이 다시 보고싶어 가끔 눈시울을 붉히곤 하지만 북의 형제들로부터 부모님의 기일(忌日)과 사진을 건네받아 이제라도 자식노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위안이 됩니다.』
지난달 반세기 만에 갈라져 살아온 피붙이들과 서울과 평양에서 상봉한 이산가족들은 올 추석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평양에서 동생 장정실(67)·영숙(60)·정숙(55)씨를 만난 장정희(70·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씨는 『북한에서도 추석 땐 조상들의 묘소에 성묘한다고 들었다』며 『동생들에게 함흥에 있는 선산의 벌초를 부탁하며 돈을 건네주고 왔다』고 밝혔다.
또 『매년 추석 때면 통일전망대를 찾아 북녘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지만 이번엔 서울에서 사망한 남동생의 묘소를 찾아 북측 누나들의 소식을 전해줄 것』 이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북에서 온 동생 권기준(66)씨를 만난 누나 기순(71·서울 중랑구 면목2동)씨는 이번 추석 경북 안동의 부모님 산소에서 마지막 차례를 올리기로 했다.
지금까지 남쪽에는 딸뿐이어서 큰 딸인 권씨가 차례와 제사를 모셔왔지만 지난번 남동생을 만나 동생이 북에서 모시기로 했기 때문이다.
누나 권씨는 북에 있는 아들이 다녀갔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알려드리는 「고유제(告由祭)」를 마지막으로 내년부터는 외아들인 동생이 차례와 제사를 모시게 됐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하다.
북에서 온 오빠 리래성(68)씨와 만난 동생 지연(53·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는 『상봉 전까지 돌아가신 부모님 제사를 언니가 지냈는데 이번에 오빠가 내려와서 부모님 제사를 모셔갔다』며 『언니가 오빠에게 부모님 사진을 주고 기일도 알려줬다』고 말했다.
황종선(58·서울 용산구 청파동)씨도 『지난 상봉 당시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형님(종태·66)을 만났다』며 『형님이 앞으로 제사나 명절 차례 때 북에서 남을 향해 절을 하기로 약속했고 나도 부모님 영정에 대고 형님이 살아계시단 말씀을 드릴 참이어서 추석이 무척 기다려진다』고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이번 추석명절엔 북에서 받아온 들쭉술이 차례상에 오를 단골 메뉴다. 형을 만났던 황기봉(60·서울 성동구 하왕1동)씨는 『형에게 받은 들쭉술과 시장에 나가보니 고사리와 도라지같은 북한산 산채가 나왔다고 해 이번 차례상에 올려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북에 있는 부모형제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대다수의 실향민들은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1·4후퇴 때 아버지가 북으로 떠나버린 이정배(61·대전시 중구 선화동)씨는 『그동안 월북자 가족이라는 멍에로 하고싶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아직도 북에 계신 아버지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이번 한가위에도 혹시 살아계실지도 모르지만 아버지의 제사를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영기자SYCHOI@SED.C0.KR
입력시간 2000/09/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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