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엔화 등 외화대출 이용자들의 환차손 부담이 눈덩이 불 듯 늘어나고 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100엔당 750원 아래까지 떨어졌던 원ㆍ엔 환율이 최근 950원까지 치솟자 엔화대출을 사용하는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들이 환차손 부담으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엔화대출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원자재값 급등에 원리금 부담 증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엔화대출 중 90% 이상이 중소기업에 편중돼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원화가치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원화가치가 계속 떨어질 경우 엔화 대출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엔화 대출자들의 원화대출 갈아타기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엔화 대출자들은 연 2.0~3.0%의 저리로 자금을 빌렸다. 하지만 이를 원화대출로 전환할 경우 4.0~5.0%포인트가량 추가금리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금리부담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엔화대출 만기 연장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의 시설자금에 대해서는 외화대출 규제를 풀었지만 운전자금에 대해서는 여전히 외화대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만기를 연장해주기 어렵다”며 “엔화 등 외화대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간으로 환율시세를 알려주고 주의 경고를 하는 선에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중은행들도 외화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엔화와 달러자금 조달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채권발행 금리가 너무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나 기업이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신용파산 위험정도를 반영하는 CDS 프리미엄이 급등해 은행들의 조달금리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국민은행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75bp(1bp=0.01%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0bp를 넘어선 상태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은행들의 해외채권 발행 가산금리가 급등해 엔화 및 달러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외화대출을 안고 있는 중소기업들과 개인사업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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