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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과 판도라상자
입력2003-04-18 00:00:00
수정
2003.04.18 00:00:00
`대북송금`특검호가 한나라당 단독 특검법에 의해 17일 닻을 올렸다. 제목과 조사기간 등을 놓고 여야간에 밀고 당기기가 한창인 상태에서 본격 출범한 이번 특검은 남북관계와 정치권ㆍ경제계에 메가톤급 태풍을 몰고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여야가 `피의사실 공표`시 처벌하기로 합의했지만 과거 3차례의 특검 속성상 정보가 특검 내외부에서 무분별하게 새나왔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큰 게 사실이다. 다시 말해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가 `제우스`의 명을 거부하고 `상자`를 열었다가 낭패를 봤던 것처럼 이번 특검도 자칫하면 이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특검 수사를 통해 대북송금 규모와 조성경위, 목적(7대사업 또는 정상회담 대가), 송금경로, 권력개입 정도를 밝힘으로써 차제에 남북관계의 투명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특검 수사과정에서 한번 타오르기 시작한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칫하면 국익과 남북관계에 막대한 손상을 감수해야 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등 실정법의 틀에만 맞춰 `햇볕정책`을 의도적으로 흠집 내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특검(최장 120일) 이후 기소범위와 정보공개 수위를 놓고 우려되는 국론분열에 대해서도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다가 슬픔ㆍ질병ㆍ가난ㆍ전쟁ㆍ증오ㆍ시기 등이 쏟아져나오자 황급히 뚜껑을 닫는 바람에 `희망`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처럼 이번 특검도 실정법상 부정적 면만 부각된 채 정작 남북화해ㆍ협력이라는 옥동자가 실종되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고광본기자(사회부)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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