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핵 억제력 강화 등 민감한 발언을 피해간 것도 주목된다. 한때 2인자로 군림하던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지난해 말 숙청한 후 김 제1위원장이 대남 대화 가능성을 띄워 대내외 안정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북측의 실제 태도 변화를 지켜본다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한편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진단하며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우리는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갈 것"이라며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 개선으로 나와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촉구하는 한편 미국 등이 꺼리는 '핵 억지력' 등에 대해서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북한이 대남·대미 유화 제스처를 표명하며 조만간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 북한은 해마다 연초에 정부·정당·단체 연석회의를 통해 대남정책노선을 결정하고 후속조치를 취해와 앞으로 북한이 적극적인 대남 대화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미관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향후 미국 정부의 태도를 봐가면서 대응해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측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해 12월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를 추스르며 대외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은 내부적으로도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워 체제 안정의 핵심인 '경제'에 방점을 두는 모습도 보였다.
통일부는 "북측이 농업을 주 타격방향으로 설정해 주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에 부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수산업 육성과 지하자원 및 산림 보호 등은 과거와 달리 새롭게 추가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북측은 그러면서 "당 안에 유일적 영도체계를 철저히 세우고 일꾼과 당원과 근로자 속에서 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해 내부 단속과 체제 결속에 주력할 뜻도 내비쳤다. 김 제1위원장은 올해 역시 부인 리설주와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것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북측이 새해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하고 나섰지만 국방부는 여전히 도발 가능성을 높게 진단하고 각급 부대에 도발시 가차 없이 응징할 것을 주문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날 각급 부대 지휘관 및 참모에게 하달한 장관 서신에서 "북한은 새해에도 내부결속 목적 또는 군부의 충성경쟁 등으로 도발해올 가능성이 아주 높다"면서 "국지전과 전면전에 동시에 대비하면서 적이 도발하면 그 세력들을 가차 없이 응징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특히 북측을 향해 "우리의 능력과 태세를 시험하고자 한다면 멸망을 자초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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