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촉법 이미 가동… 2개 기업 리스트 올라 금융위 등 금융당국은 외환위기 당시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한 구조개혁단을 다시 발족시킬 계획이다. 이번주부터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 이른 시일 안에 조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구조개혁단은 건설사ㆍ중소기업 등 카운터 파트 리스크 주범으로 부상한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을 주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등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구조개혁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단장을 실무국장이 아닌 1급선이 맡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경우 기업 전체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어 구조조정기구를 선제적으로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12일 기업의 신용위험을 분석하고 채권단을 통한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신용서비스실을 확대 개편해 기업금융개선지원단을 설립했다. 이는 구조개혁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가운데 이미 은행 등 채권단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2개 기업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적용 대상 리스트에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촉법은 여신 500억원 이상의 중견 및 대기업에 적용되는 일종의 기업 회생 프로그램. 기촉법에 가입하면 채무 일부 탕감 등을 받을 수 있는 등 일반 채권단의 자율 워크아웃보다 구조조정 강도가 더 세다. ● 중소 건설업체 살생부 곧 윤곽
100위권내 기업 대주단협약 가입 내일 완료 건설사 채권단은 18일까지 건설사 대주단 협약에 100위권 내에 있는 건설사들의 가입 신청을 완료하기로 했다. 대주단 가입은 사실상 살생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주단에 포함된 업체는 유동성 지원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는 채권단 평가를 거쳐 기촉법 적용 대상에 들어가거나 법정관리 신청, 퇴출 등의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주단 자율협약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의 ‘부도유예협약’과 유사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부 대형 우량 건설사는 대주단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가입을 희망하면서도 명단에서 제외된 중소 건설사는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받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된다. 금융당국은 건설사 등 중소기업에 대해 AㆍBㆍCㆍD등급을 나눠 CㆍD등급은 법정관리에 넣는 작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월부터 전체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이 가운데 경기 민감 업종과 잠재부실이 예상되는 기업 170곳을 골라냈다. 선정된 기업들에 대해서는 전문가 등의 자문을 거쳐 오는 12월 기업별 ‘처방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한달 전부터 태산LCD를 포함해 기업 워크아웃을 담당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놓았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도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PF채권 인수 제외 저축은행 '기로에'
PF 전사업장 전수조사 마치고 세부대책 조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상호저축은행의 구조조정도 가시화된다. 금융당국은 상호저축은행 PF 전체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치고 현재 세부대책을 최종 조율 중이다. PF대출 사업장을 A(정상), B(보통), C(취약)로 나눠 정리하고 부실화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에 착수할 방침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PF대출 잔액은 12조2,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4분의1이나 차지한다. 부동산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건설사로부터 대출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해 연체율이 14.3%로 은행권 PF대출 연체율의 21배에 달하고 있다. 현재 검토 중인 방안은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저축은행의 부실 PF 채권을 인수하는 것이다. 이 채권을 싸게 인수해 저축은행의 동반 부실을 막고 나중에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캠코의 PF 채권 인수 대상에서 제외된 부실 저축은행의 경우 자연스럽게 퇴출 등의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이외에 부실 상호저축은행 사업장을 처리하기 위해 공동펀드 조성 등도 검토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 외에 카드사ㆍ캐피털 등 금융권의 구조조정도 본격화된다. 정부는 다음달 10조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인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인수 대상에 할부금융채와 카드채 등도 포함해 여신전문회사의 자금난을 덜어주되 신용등급 ‘BBB+’ 이상인 우량 채권만 인수할 예정이다. 비우량 여신전문사로서는 생존이 위태로운 길로 내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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