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은 25일에도 실무자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상당수 채권단은 정치논리만 개입하지 않는다면 법정관리도 밀어붙일 태세지만 새 정권이 막 들어선 상황에서 부담이 커 '시간벌기용' 워크아웃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채권단 해외사업 못 믿어=쌍용건설 측은 해외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약 19조원에 달한다고 강조한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과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등 세계적인 건설사업도 맡았고 최근 3년간 해외에서 1,843억원의 이익을 실현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쌍용건설의 주장이다.
채권단의 시각은 다르다. 실제 구조가 어떤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옛 대우그룹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라크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사업도 줄줄이 적자인데 쌍용이라고 다를 게 뭐가 있느냐"며 "자꾸 해외사업을 얘기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해외사업의 실체와 전망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자산관리공사가 사후 실사를 했다고 하는데 조사내용을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의 고위관계자는 "해외사업이 적자 나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에 나가서 덤핑해 이익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출자전환과 감자에 추가 자금지원까지 해야 하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주판알을 튕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 실사 후 대책마련' 요구나 워크아웃을 전후해 대대적인 해외사업 실사와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간벌기용 워크아웃 가나=채권단은 기업회생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적당한 선에서 시간벌기용 워크아웃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쌍용건설의 상황을 보면 워크아웃을 졸업해 다시 기업이 정상화하는 쪽으로는 자금지원이 많이 필요해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매각과 워크아웃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현실적이라는 말이다.
기업회생으로의 직행은 새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자산관리공사의 관리를 받던 기업이 회생절차로 가면 책임공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다 해외건설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기업회생시 1,400여개의 협력업체의 생존도 불투명해진다.
채권단은 대출을 출자전환해야 하지만 유상증자에 나서겠다는 확실한 전주만 생기면 추가 자금 지원부담을 덜 수 있다. 쌍용 측은 워크아웃만 시작되면 유상증자에 나설 곳은 많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나중에 기업회생으로 가더라도 일단은 워크아웃은 가야 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실사작업으로 더 이상 살릴 수 없다고 하거나 워크아웃과 동시에 매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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