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하오가 95로 따내어 패를 해결한 것은 하변의 백대마를 잡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30초쯤 하변을 들여다보던 이창호는 태연히 손을 빼어 96으로 양걸침을 해버렸다. 순간 창하오는 자기의 수읽기에 착각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원래 그가 머릿속에 그렸던 가상도는 참고도1의 흑1 이하 7까지였다. 백이 A로 두면 패는 나지만 그 패를 백이 이기려면 패를 계속해서 3회 이겨야 하는 신세니 그것은 사망이나 다름없다. 이창호가 손을 빼자 창하오는 금세 참고도2의 백2가 보였다. 오른쪽의 백 2점만 떼어주면 백대마는 깨끗하게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조훈현은 검토실에서 허허 웃고 있었다. “창하오가 착각한 것 같아요. 패를 해소하지 않고 그냥 버티었어야 그나마 승부가 되었을 겁니다. 실전은 흑이 한 수 손해를 본 셈이에요. 백이 거저 두 번 두게 된 거나 마찬가지예요.” 옆에 있던 조선진9단이 맞장구를 쳤다. “창하오가 너무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군요.” 하기야 세계랭킹1위를 상대로 한 승부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기사가 어디 있으랴마는….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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