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ISS는 한국 시간으로 3일 저녁 보고서를 내고 "비록 양사 합병안이 한국 법 규정을 준수한다 하더라도 저평가된 삼성물산, 고평가된 제일모직 주가는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이라며 주주들에게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합병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주주들이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삼성물산의 가치가 보다 공정하게 평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SS가 반대의견을 내면서 다음달 17일 열리는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양사 합병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ISS와 더불어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도 합병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은 국민연금 같은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의사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이번 합병안에 반대해온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 삼성물산 이사진 교체 시도를 시사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엘리엇은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주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임시주총 같은 방식을 통해서라도 이사진을 신선한 시각을 가진 독립적이고 경륜 있는 인재로 교체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병이 무산되면 주주들은 삼성물산의 격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거쳐 진정한 주주 가치 구현을 요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가진 3대 주주다.
엘리엇이 만일 17일 열릴 임시주총에서 합병안 부결에 성공할 경우 여세를 몰아 이사진 교체 같은 강경책을 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물산으로서는 이미 ISS가 합병안 반대를 주주들에게 권고한 상태에서 심리적 압박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탄생할 '통합 삼성물산'의 경쟁력을 다지기 위한 사전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기존 플랜트사업부 내 파워플랜트본부와 가스&마이닝본부를 '플랜트프로젝트매니지먼트본부'로 통합한다고 사내 공시했다. 플랜트사업부 내 기존 영업본부팀도 8개에서 5개로 단순화했다. 이는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플랜트사업부의 군살을 빼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삼성물산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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