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선마저 깨지나.’ 주식시장이 1,200선까지 밀리면서 시장 분위기가 한층 우울해지고 있다. 단기 반등을 기대하던 상황에서 지수가 오히려 추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관이 비관을 부르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일단 1,200선 붕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1,100대 후반에서 추가 조정이 마무리될지, 아니면 더 큰 재앙에 대비해야 할지 여부. 전문가들은 이미 시장에 바닥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미국의 경제 상황이 예상범위에서 움직인다는 전제하에 1,150선 정도를 지지선으로 보고 이 시점에서 뒤늦게 투매에 나서기보다는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1,200 지지 여부는 의미 없다=시장 전문가들은 1,200 붕괴를 3포인트 남겨둔 상황에서 1,200선 지지 여부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지수예측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과 함께 지금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는 1,100대 진입을 각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과도한 유동성 축소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태”라며 “1,150선에서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일단 1,200을 깨고 1,150이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정도 선에서 가격조정이 마무리되리라는 전망은 어디까지나 돌발 변수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시장 일부에서는 지난 2004년 차이나 쇼크의 바닥 이후 올해까지 상승분의 50%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코스피지수는 1,100선까지 주저앉게 된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도 “만에 하나 기관의 대규모 손절매가 나올 경우 환매사태 등 패닉이 야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지수는 1,100선을 뚫고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시장은 쇼크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지선 예측은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지수가 어느 정도는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 상황이 진정되면 빠르게 반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 여건은 이미 바닥권 진입=불확실한 해외 여건을 배제한다면 국내 증시 여건은 이미 주가지수 바닥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하루 거래량은 2억주 미만, 거래대금도 3조원을 간신히 넘길 정도로 지표상으로는 더이상 악화되기 힘든 상황이다. 요즘 같은 증시 급락기에 주식거래가 급감하는 것은 반등을 알리는 예고지표로 시장에서는 인식되고 있다. UBS증권도 이날 “기술적 지표들이 코스피지수가 바닥권에 근접했음을 암시한다”며 “강세로 전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반기 이후 두자릿수의 분기별 이익성장이 예상되고 국내 자금흐름도 증시에 우호적이므로 장기투자자들은 주가 약세를 매수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선물시장에도 반등의 여건은 이미 갖춰져 있다. 대우증권은 “앞으로 차익 프로그램 매도가 나오면 2~3일 만에 에너지가 소진될 전망인 반면 유입 가능한 프로그램 매수는 2조1,000억원에 달한다”며 “과거에 지수 조정을 예견했던 선물옵션 지표는 대부분 상승 반전 신호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금의 조정은 미국의 긴축정책이 예상보다 과도하게 진행돼 세계경제가 경착륙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야기되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 보조지표는 이미 과매도권에 진입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김영익 대신증권 센터장은 “지금 주가 수준으로는 국내 증시의 PER가 9.3배 정도로 이미 가격적으로는 저평가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특히 펀더멘털은 변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일부의 우려처럼 약세장이 전개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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