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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IB가 살길이다] <2부-4>전문가에게 듣는다

"전문인력 확보가 글로벌 경쟁력의 출발점"<br>보상체계 선진화·창의적 조직환경 뒷받침돼야<br>리스크관리 바탕 경쟁력있는 특화전략 마련을<br>자기자본투자 국내社불리… 펀드형식 바람직<br>외환위기 경험등 토대 동남아시장 진출해볼만



국내 투자은행(IB)들이 글로벌 IB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자본과 인력ㆍ시스템 등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지만 국내에는 무한대의 인재와 시장이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한국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개발도상국들이 충분한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IB사업을 위한 전문인력이었다. IB가 국내 증권사에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어서 적절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외부에서 수혈할 것인지, 아니면 내부에서 육성할 것인지는 의견이 엇갈렸다. 장단기 전망과 각자가 처한 여건에 따라 달랐다. 김현겸 대신증권 IB영업본부장은 “IB라는 새로운 분야에 맞게 조직 구성원들을 교육ㆍ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장기적인 기업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인력확보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이건표 대우증권 IB사업추진단장은 “해외에서 유능한 인력을 확보해 국내 인력과 협력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적절한 보상체계를 세우고 개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국내 IB 전문가인 두 사람의 의견이 다른 것은 그들의 출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단장은 대표적인 해외파로 올초 대우증권에 스카우트되기 전 리먼브러더스 등 해외에서 20여년 동안 근무했다. 반면 김 본부장은 국내파로 분류된다. 조성훈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인력확보는 중장기적으로는 자체적으로 키워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외부에서 데려올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정말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선진화된 보상체계와 능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창의적인 조직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파생상품학회장)는 “IB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기업과 협회 등 공공기관, 정부의 획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교육과정은 많지만 실제 실무에 필요한 인력이 공급되지 못하는 수급불일치 현상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력과 함께 IB가 운영될 수 있는 내부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이 교수는 “IB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부족한 자원을 적절하게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 육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상 사업에 대한 가치평가와 리스크 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가치평가가 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IB의 역할이라고 할 때 이런 위험을 인수, 개발하고 요리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기자본규모를 늘리는 것은 기본이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 본부장도 “IB의 핵심은 리스크 관리인데 이를 위해서는 법무지원이나 리서치ㆍ관리부 등인 미들오피스(middle office) 쪽이 영업 등 프런트오피스(front office)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가 안 되면 아무리 규모를 키우고 유능한 딜러가 있더라도 평판이 좋은 IB로 인식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바탕 위에서 경쟁력 있는 특화전략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IB의 시장에 대해서는 국내 시장을 더욱 다지고 해외로도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다만 남이 한다고 휩쓸리지 말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능력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대신증권은 앞으로 IB 분야에서 사모전문펀드(PEF) 시장에 집중할 뜻임을 내비쳤다. 8월 말 첫 상품이 나올 예정인데 초기에는 일반적인 상품에 투자하지만 향후에는 대상을 특화해 전문화ㆍ다양화하겠다고 설명했다. PEF를 통해 창업지원이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을 주선하고 합당한 운용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공과 실패는 운용력에 달려 있는데 대신증권 자체자본과 외부의 투자를 모아 운용하면서 IB시장에서 위치를 잡아나갈 것”이라며 “IB를 통해 향후 전체 수익의 20%까지 안정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단장도 “대우증권은 IPO나 주식ㆍ채권 인수중개 등 캐피털마켓비즈니스와 M&A 등 기업자문서비스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부동산개발투자업에 진출할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기자본투자(PI)에 대해서는 자본역량이 부족한 국내 증권업체가 하기에는 불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자도 초기에는 대우증권의 자체자금으로 하겠지만 2년 정도 뒤에는 펀드 형식으로 꾸리는 비즈니스를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다. IB 시장이 국내에는 부족하지 않느냐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신시장을 개척하고 외국계가 장악한 부분도 탈환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조 부원장은 “투자재원이 필요하지만 비싼 은행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IB의 시장이 될 수 있다”며 “IB는 기업생존 전기간에 걸친 사업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실제 돈이 되고 관심을 모으는 M&A 등 대형 거래에 대해 정부는 경쟁력 우위라는 이유로 외국계에 맡기고 있다”며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진출의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교수는 “10년 전에 겪은 외환위기 경험은 우리 IB들에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에 이런 경험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미국 등에서 신용경색으로 글로벌 IB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이들 자산과 인력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권사에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화 힘든 중소업체 전문화로 승부 걸어라
美제프리, 에너지·항공·의료산업 초점
그린힐은 M&A 자문으로 시작 '성과'
중소형 증권사의 최대 고민은 생존 문제다. 대형화를 원하지만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전문화도 다른 증권사와의 경쟁이 버겁기만 하다. 그룹계열사에 속한 중소형 증권사는 그나마 낫다.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은 "손해보험사 등 LIG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업종에서도 재벌 계열사가 늘 성공한 것은 아니듯 배경은 배경일 뿐이다. 오히려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몇몇 증권사는 모기업의 결정으로 한순간에 간판을 바꾸기도 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모기업이라는 배경을 잘 활용해 특화한다면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경쟁해나갈 수 있지만 배경에 안주하거나 시장에서 배경과 동일시되면 성장에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해 역량을 쌓고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룹이라는 바람막이와 상관없이 자본시장통합법은 확실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대형화하지 못한다면 전문화하라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인수합병(M&A)을 통해 다른 증권사의 규모확대에나 도움을 줘야 한다. 정종열 솔로몬투자증권 부회장은 "솔로몬투자증권의 경쟁력은 솔로몬저축은행이 기반을 닦아놓은 중소기업 위주의 고객층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런 고객기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회사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 한국증권연구원은 이와 관련, 해외의 사례를 들었다. 신보성 증권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은 "글로벌 IB들은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먼저 성과를 얻은 다음 다른 업무영역으로 분야를 확대해나갔다"며 "한 분야에서 먼저 경쟁력을 갖는 것이 글로벌 IB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연구원이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대표적 증권사는 미국의 제프리다. 지난 1962년 소형 주식중개 전문회사로 출발한 제프리는 1990년대 기업금융ㆍ자문 등 본격적인 IB업무를 개시해 특정 산업에 특화된 종합증권사로 도약했다. 중소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특히 에너지ㆍ항공ㆍ의료산업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위탁매매와 IB업무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왔다. 1996년 설립된 그린힐도 중소형사들이 눈여겨볼 만한 회사로 꼽힌다. 모건스탠리 사장을 지낸 로버트 그린힐이 만든 이 회사는 M&A 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증권사로 설립된 이래 재무자문 서비스와 사모펀드 운용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지난해 한국에도 진출한 GFI는 장외파생상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중개증권 회사다. 씨티뱅크 등에서 브로커리지 업무를 담당하다 1971년 GFI를 설립한 마이클 구치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장외파생상품업무에 특화하면서 업무를 시작해 점차 채권ㆍ주식ㆍ에너지 파생상품으로 범위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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