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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일자리 수십만개 날아가

■ '준법 불가증' 연성장 1%P 깎아먹었다 <br>준법수준 OECD 최하위권…동구권 국가보다 낮아<br>현대차 작년 11차례 파업으로 1조 6,000억 손실<br>법·질서 위반땐 강경 대응 '준법불패' 정착시켜야


“지난 10년 동안 수준 낮은 한국의 법ㆍ질서 준수의식이 매년 1%포인트의 경제성장률을 깎아먹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는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준법 불감증’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생산ㆍ소비ㆍ저축ㆍ수출입 등을 망라해 한 나라의 경제수준을 알리는 시금석인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고용 측면(현 경제규모 가정)에서만 5만여개 이상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법ㆍ폭력시위 등에 어설픈 관용과 동정으로 일관하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 스스로 지난 10년 동안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발로 차버린 셈이다. 법ㆍ질서 위반에 대한 엄정한 대처와 실천을 통해 ‘준법불패’(遵法不敗)의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체제전환기 나라보다 못한 한국의 준법 수준=한국의 법ㆍ질서 준수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법ㆍ질서지수(최고점 6, 최저점 0)는 지난 91~2000년 10년 동안 평균 4.4로 회원국 평균인 5.5보다 20% 낮았다. 전체 성적은 28위로 우리보다 지수가 낮은 국가는 터키와 멕시코에 불과했다. 체제전환기를 겪으며 사회 제도적 환경이 혼미했던 헝가리ㆍ폴란드ㆍ슬로바키아 등 동구권 국가조차 우리나라보다는 준법 수준이 양호했다. 2003년 우리나라의 법ㆍ질서 지수는 4.6을 기록해 소폭 개선됐지만 전체 순위는 여전히 21위에 머물렀다. ◇경제성장률 매년 1%씩 날아가=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차례 파업으로 11만5,124대의 생산손실을 기록했다. 1조5,907억원에 달하는 돈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노조는 올초 시무식장에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불법 폭력사태를 재연했다. 피해항목에는 노조의 불법 파업 등에 따른 기업의 생산손실뿐 아니라 시위자와 경찰의 인명 및 재산손실, 교통지체로 인한 시민의 생활차질과 생산손실 등도 포함됐다. 소프트웨어ㆍ서적ㆍ영상물 등의 불법적인 제작, 복제 및 유통 등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적지않았다. KDI는 이런 식으로 법ㆍ질서를 훼손하고 나아가 무시하기까지 하는 한국 사회의 풍조가 매년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가량 줄어들게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평균 수준의 법ㆍ질서 수준만 유지했어도 91년부터 2000년까지 매년 0.99%포인트의 경제성장을 추가로 이룰 수 있었다는 얘기이다. 차문중 KDI 연구위원은 “민주주의의 발달이나 부패 척결 등과 달리 법ㆍ질서 준수의 경우는 개선효과가 곧바로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준법불패’ 사회 분위기로 자리잡아야=한 국가의 법ㆍ질서 준수의식의 개선은 국민소득, 민주주의의 발전 정도, 청렴 및 부패 등 경제ㆍ정치ㆍ문화 등 사회 전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단시일에 혹은 그 자체만 급진전시키기는 어렵다고 KDI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러나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에 비해서도 크게 뒤진 한국의 법ㆍ질서 준수 수준을 높이는 일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고성불패(高聲不敗)가 아닌 준법불패(遵法不敗)를 사회 기준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KDI는 이를 위해 집단간 갈등이 법ㆍ질서 위반으로 확대되기 전에 사전적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호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법ㆍ질서 위반이 적발될 확률을 높이고 적발시에는 법에 명시된 대로 일관성 있게 대응해 준법이 생활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집회 및 시위를 분석한 결과 적법시위보다 불법시위를 하면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이 높았다”면서 “법ㆍ질서 위반에 대해 정부의 강경한 대응과 함께 실제적인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꼬집었다. 불법 행위로 피해를 입은 개인이나 집단이 적절한 배상을 가해자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법률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KDI는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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