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사태로 전세계 신용경색 현상이 뚜렷한데 무리하게 경기부양에 나서선 안 된다.” 경제학자들은 26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공약검증 세미나에서 이 당선자가 선거공약에 구애받지 말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공약에만 매달려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고집할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인수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하기에 앞서 학회가 공식적으로 정책제언을 함에 따라 이 당선자가 국정운영 방향에 어느 정도의 신축성을 둘지 주목된다. ◇7% 성장 집착하지 마라=이 당선자의 거시공약은 7% 경제성장과 300만개 일자리 창출로 요약된다. 규제완화와 감세, 공공 부문의 혁신 등을 통해 경제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외여건을 무시한 채 이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오히려 왜곡과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됐다. 박원암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는 “규제완화ㆍ감세 등으로 7% 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물가가 오르고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성장에 따른 고용증가가 더뎌져 7% 성장을 해도 매년 60만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의 공약 내용 가운데 ‘7% 성장’과 상충되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국가예산을 10% 절감하겠다는 것은 대표적인 예로 재정지출을 줄이면 경기부양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선진화특별위원회 신설 검토=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아시아 금융허브 추진은 이 당선자가 우리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부분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학자들은 현재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된 감독당국의 개편방안을 마련하고 좀 더 구체적인 금융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선진화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또한 산업은행을 민영화해 그 재원을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범위 줄여야=이 당선자의 공약을 보면 지출 부분에 대한 공약 내용은 상세하지만 세입 부분은 10% 예산절감을 통해 세수입을 확보하겠다고 말한 것 빼곤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없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예산절감은 외국에서도 시도했지만 구체적인 미시적 계획과 더불어 총량목표가 강력하게 시행되지 않으면 이뤄지기 어렵다”며 “특히 예산을 절감한다면서 공무원 수를 동결한다는 것은 재정건전성이 부차적인 목표라고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새 정부는 일시적인 지출축소가 아니라 구조적 적자요인을 개선하는 총체적인 재정총량 규율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유류세ㆍ종부세 경감에는 신중하되 종부세는 과세범위를 줄이고 최고세율(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부담률)이 부동산 평균 임대수익률의 35%(소득세 최고세율)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과거 규제개혁 실패원인부터 찾아야=기업 부문에서는 기업투자 활성화와 공정경쟁 유도라는 큰 틀에 있어서는 올바른 방향이 설정된 것으로 평가됐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제시됐다. 곽만순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출자총액제도의 경우 제도를 폐지했을 때 대기업의 소유ㆍ지배구조의 왜곡에 따른 여러 폐해가 나타날 텐데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다른 규제개혁도 과거 정권에서 채택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던 것들이 있어 과거 정권이 실패한 근본원인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소기업의 육성에 대해서도 여러 정책이 나열됐지만 이를 좀 더 구제화하기 위해선 성장단계와 대기업 연계성 여부에 따라 차별화된 지원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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