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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플랫' 성공 스토리를 발판 삼아 죽어가는 국내 제화업계를 일으키고 싶습니다."
1일 서울 성수동 에스제이컴퍼니글로벌 본사에서 만난 김병석(40·사진) 대표는 "20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플랫슈즈가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편안하고 예쁜' 신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적중한 덕분"이라며 "디자인부터 제품 생산까지 직접 발로 뛰며 노력한 결실"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알록달록한 '바니사탕'과 '플랫슈즈'를 결합해 만든 자체 브랜드 '바니플랫'은 주부들은 물론 엄마와 딸이 함께 신는 커플신발로 승승장구 중이다. 롯데마트 등 전국 대형마트 85곳에 매장을 두고 올해 매출 3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을 만큼 단시간에 유명세를 탔다.
에스콰이어에서 디자이너 및 상품기획자(MD)로 8년간 근무하며 실력을 갈고 닦던 김 대표는 어느 날 다녀온 중국 출장 이후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그는 "이탈리아 등 유럽 출장을 다니면서 막연히 국내 제화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던 차에 풍부한 인력과 신발을 만들기 위한 인프라가 너무나 잘 갖춰진 중국의 모습을 보고 사업을 결심했다"며 "이런 것들을 활용해 내가 원하는 신발을 마음껏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고민 끝에 사표를 던진 김 대표는 곧장 중국으로 달려가 생산공장을 마련하고 제조업자개발생산(ODM)체제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간 회사생활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굴지의 업체들의 주문을 받아 구두 생산에 박차를 가하며 성공을 맛봤다. 하지만 2008년 말 환율이 오르면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자 밀려들던 주문은 순식간에 끊어졌다.
결국 첫 사업의 꿈은 공장 문을 닫으며 끝이 났다. 그러나 일어설 수 없을 것 같던 위기를 딛고 2009년 새 출발을 시작했다. 고향 친구 2명과 함께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플랫슈즈로 다시 한 번 재기에 나선 것. 김 대표는 "결국 공장 문을 닫으며 첫 실패를 경험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당시 국내에 인기를 끌던 '플랫슈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며 "기존에 나와 있는 플랫슈즈와 달리 예쁘고 편안한 신발을 만든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바니플랫'은 홈쇼핑 한타임에 2만4,000족을 팔아치울 만큼 대박행진을 이어갔다. 여새를 몰아 전국 85개 매장에서 '바니플랫'을 판매하며 예쁘지만 편안한 신발을 찾던 주부들은 물론, 엄마와 커플신발을 신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1년 약 7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매년 200%씩 성장하며 지난해 250억원을 달성했다.
김 대표는 "바니플랫 브랜드로 처음 이화여대 등 대학가 3곳에 매장을 오픈했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성공하게 될 줄을 몰랐다"며 "발이 불편해도 예쁜 신발을 신는 20대들과 달리 편하고 예쁜 신발을 원하는 30~40대가 주요 타겟이란 사실을 깨닫고 제품 품질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바니플랫'의 성공을 바탕으로 쓰러져가는 국내 제화업계를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우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몸 담았던 에스콰이어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함께 일했던 회사 선배들이 창업한 자신의 회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그 목표는 더욱 확고해졌다. 김 대표는 "예쁜신발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며 "내년 초 신규 브랜드 론칭을 필두로 국내 대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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