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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26일 퇴임을 앞두고 구설에 올랐다. 구설의 발단은 최근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발간한 백서(白書) 2권과 연이어 진행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변화로 통하다'와 '기업구조조정'이라는 제목의 백서는 국판(가로 14.8㎝ㆍ세로 21㎝) 크기로 각각 259쪽과 289쪽의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서는 정부 정책이나 사업을 평가하고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보고서로 1년에 한번씩 발간하거나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 펴낸다. 하지만 최근 며칠 간격으로 연이어 발간된 금감원 백서는 국민을 위한 보고서라기보다 한 개인의 치적을 부각시키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2권의 백서는 모두 김 원장 취임 이후 출범한 변화추진기획단과 기업재무개선지원단의 성과를 다루고 있다. 특히 '변화로 통한다'에서는 시종일관 김 원장에 대한 얘기로 가득 차 있다. 책 속에 포함된 사진은 2장 중 1장꼴로 원장의 얼굴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금감원 내부에서도 말들이 많다. 한 직원은 "각 부서별로 사례를 모아 제출하라고 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한동안 이 일에 매달려 고생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달 들어 잇달아 진행된 은행ㆍ카드ㆍ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조찬간담회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원장이 쏟아낸 쓴소리가 그리 반갑지 않은데다 모양새도 그리 좋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CEO는 "왜 그런 자리를 마련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으며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으로 간담회를 가졌다고 한다지만 시장 한편의 반응은 충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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