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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뭐든 해야지요. 앞으로는 정부 주도로 추진한 인터넷전문은행과 기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내놓는 인터넷은행 서비스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겁니다."
다음카카오와 인터파크·KT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를 필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들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응책 마련을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금융 고객을 둘러싼 신구세력의 격전이 예상된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들이 새롭게 열리는 인터넷전문은행 시대를 대비한 독자적인 대응책 마련에 속속 나서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을 기회로 전국구 고객을 잡기 위한 지방은행들의 공세가 두드러진다. BNK금융그룹이 인터넷전문은행 시범 모델 성격의 'B뱅크'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고 DGB금융그룹도 올 하반기 중 오픈을 목표로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DGB M뱅크'를 개발하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사들도 자체적으로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탄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표한 신한금융지주는 고객 빅데이터를 활용, 전 계열사를 아울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해외에서 '원큐뱅킹'이라는 이름의 모바일 인터넷은행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인터넷은행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KT 컨소시엄을 통한 인터넷전문은행업 진출을 공식화했지만 앞서 업계 최초로 론칭한 인터넷전문은행 시범 모델인 위비뱅크도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인터넷은행 서비스를 선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배구조상 주도권을 쥐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은행은 불과 10% 안팎의 지분만 갖는 반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참여은행이 무한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로 은행 입장에서는 유인이 너무 약하다"며 "향후 은행법 개정 등을 통해 인터넷은행의 형태가 정확히 나오고 나면 그때 뛰어들어도 무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따른 고객 이탈을 막고 나아가 비대면 채널을 통한 시장 개척까지 노리고 있다. 한 은행의 고위관계자는 "현재 컨소시엄들이 만들려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의 대출 대상과는 다른 틈새고객층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 플랫폼에서 물건을 파는 사업자 등을 겨냥한 특화 금융상품 등을 내놓을 수 있다"며 "하지만 모바일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층은 훨씬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 나머지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비대면 채널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컨소시엄을 통해 새롭게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생이니만큼 사업 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적자를 볼 가능성도 높다"며 "물론 ICT 업체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무기로 갖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 은행들도 축적된 금융 노하우를 앞세워 초기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은행 주도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업에 진출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시범사업 성격으로 모바일 앱을 운영해보고 여기서 쌓은 경험과 고객 기반을 가지고 추후 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문턱이 낮아지면 은행 주도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도전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관건은 차별화된 서비스다. 단순히 모바일을 통한 대출상품 출시에 그친다면 혁신적인 서비스와 기술을 가진 ICT 업체들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단순히 모바일을 통해 엇비슷한 상품만 내놓을 경우 과열경쟁으로 인한 제 살 깎아 먹기에 그칠 수도 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현재 나오고 있는 중금리 대출 정도의 콘텐츠로는 서비스 차별화가 힘들다"며 "기존 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 모두 정말 소비자들이 무릎을 칠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담아야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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