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컴퓨터에 LG의 LCD가, LG 컴퓨터에 삼성의 LCD가 부품으로 들어간다. 삼성과 LG가 25일 LCD 패널 교차구매에 최종 합의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LCD사업부,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은 이날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ㆍLG LCD 패널 교차구매를 위한 4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VD사업부는 오는 9월부터 LG디스플레이로부터 17인치 모니터용 LCD를, LG전자는 삼성전자 LCD사업부로부터 22인치 모니터용 패널을 각각 월 4만장씩 공급 받는다. 양측이 서로의 LCD를 교차구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측은 이번 MOU가 삼성과 LG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나 PCㆍ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LCD 물량을 각각 사내 사업부 및 관계사로부터 주로 공급 받아왔다. 특히 삼성과 LG는 일부 부족분에 대해 미묘한 자존심 대결을 벌이며 상대방 패널을 사용하는 대신 대만 업체로부터 물량을 공급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계약으로 양측 대만 대신 국내 경쟁사의 물량을 사용하는 물꼬를 텄다는 게 협회 측 평가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패널 구매선이 다양해져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패널 공급의 안정성을 높였다"며 "패널 수입이 줄어 무역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삼성과 LG의 패널 협력은 장비업체 협력과 기술표준화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디스플레이협회장을 맡고 있는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이번 MOU 체결은 협회 출범 후 2년간 논의된 교차구매가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대ㆍ대, 대ㆍ중소 기업 간 협력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과 LG는 이외에도 패널사업과 관련한 협력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협회 주도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기 관련 연구개발(R&D)을 9월부터 함께 진행해 표준화에 나설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LCD 공동 기술설명회를 여는 등 우호 관계를 강화하고 있어 향후 LCD 시장변화에 긴밀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TV용 패널과 관련해서는 교차구매 여부가 불투명하다. 삼성과 LG의 TV화면 구동 방식(삼성=VA, LG=IPS 방식)이 다르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인데 패널사업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대형 TV용에서는 여전히 상대방 부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양측 방침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