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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장삿속'에 주택업계 '줄초상'
입력1998-10-01 19:25:00
수정
2002.10.22 02:32:29
주택은행의 초긴축적인 여신운용으로 주택건설업체들이 부도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주택은행의 대출관행이 이같이 변한 것은 지난 9월1일 취임한 김정태(金正泰) 행장이 「장사꾼」이라고 자칭하며 「수익 우선주의」 경영을 선언한 뒤부터다.
이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건설업체의 부도사태가 다시 줄을 잇고 있다.
1일 주택은행에 돌아온 어음 100여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낸 D건설의 경우 그간 다른 두개 회사와 합병을 추진하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여왔고 합병만 이뤄지면 경영정상화도 기대됐었다.
D사의 회장은 이날 부도를 막기 위해 건교부는 물론 주택공제조합과 주택은행을 찾아다니며 어음 만기를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9월30일 서울 여의도 주택회관에 모여 8시간에 걸친 대책회의를 가진 10여개 주택업체 대표들은 주택은행장에게 D사를 「살려달라」고 애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은행 실무자들도 주택은행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살아날 수 있는 업체라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金행장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렸지만 金행장은 끝내 이를 외면했다.
업계측은 주택은행이 민영은행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국민주택기금을 독점 취급하고 있는데다 국내 유일의 주택금융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업계의 형편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업계는 金행장의 여신운영에 대해 주택금융과 주택은행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일반 금융기관을 쫓아가려는 독단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경기지역 주택업체인 J사는 최근 주택은행에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해 흑자부도를 낸 업체로 부도 직전까지도 주택업계에서는 알토란 같은 업체로 알려져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연대보증사의 부도로 인해 신용점수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충분한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어음의 만기연장까지 거부하는 바람에 부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金행장은 주택업체에 대한 여신을 일으킬 때마다 여신위원회를 열어 위원들에게 찬반의견을 묻고 그같은 의견을 제시하게 된 이유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신위원들은 부실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찬성보다는 반대하는 쪽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주택업체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내부지침이 그런 걸 어쩌겠느냐』고 항변했다. 【전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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