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머징마켓 선점 “꿈의 대역사”/기아 인니국민차공장 어제 기공식
입력1997-02-25 00:00:00
수정
1997.02.25 00:00:00
박원배 기자
◎2000년 연산 12만대… 양국 최대프로젝트/티모르 ‘판매 돌풍’ 지프형위주 시장 재편/EU·일 등 강력견제 물리치고 성사 “감격”【자카르타(인도네시아)=박원배】 기아가 「반세기의 꿈」을 이뤘다. 지난 44년 창업자인 고 김철호회장이 「아시아에서 일어난다」는 뜻으로 붙인 회사이름 기아. 그 꿈이 이제 김선홍회장과 기아맨들을 통해 아시아의 거대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중심부 자카르타에서 이뤄지게 된 것이다. 기아자동차가 24일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건설에 나선 자카르타 근교 치캄펙 국민차공장은 꿈의 실현인 동시에 또다른 반세기를 희망과 기대로 맞이할 수 있는 역사며 력사로 기록될 만하다.
이는 1차 생산규모 7만대(98년 9월), 최종규모 12만대(2000년)로 기아 및 인도네시아 양쪽 모두에 최대의 자동차 프로젝트며 특히 일본, 유럽연합(EU) 등 자동차 선진국 및 업체들의 집요하고도 파상적인 공세를 모두 잘 견디어 냈다는데서 우선 확인할 수 있다.
기아의 세피아를 기본으로 한 국민차 이름은 「티모르(TIMOR)」로 「단합」 「단결」이란 뜻이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차가 생산되기도 전에 붙인 이름이다. 인도네시아에 있어 티모르는 단합을 통한 자동차 독립선언이다. 인도네시아측은 일본이 수십년간 시장을 장악해오면서도 기술이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데 대해 기술적 독립을 선언하고 『부도덕한 스승(일본)보다 제자(기아)가 낫다』며 기아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 결정은 일본, 유럽의 세계무역기구(WTO)제소 등의 어려움을 겪었으나 끝내 굽히지 않고 성사시킴으로써 자동차 후발국가들에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주었고 거기에 우리업체가 일조를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큰 의미는 이머징마켓의 선점이다. 국내 아산공장에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이 파견돼 조립한 뒤 지난 96년 10월부터 현지판매에 나선 티모르는 수입관세(최고 65%), 사치세(35%)의 면제로 대당 3만5천루피아(1만5천달러)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동종의 다른 차는 4만5천∼5만루피아. 저가에 전세계 어떤 시장에서도 통하는 품질력을 갖춘 티모르는 날개 돋친듯 팔리고 있다. 지금까지 팔린 티모르는 1만2천여대. 인도네시아 세단형 승용차 시장이 연간 4만대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티모르돌풍이 얼마나 거센지를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티모르에 대한 혜택이 끝나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며 이는 지프형 위주로 형성돼온 인도네시아 시장을 재편하고 기아가 시장을 선점, 스포티지, 프레지오의 기반구축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김회장은 『당분간 티모르를 따라올 승용차는 없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기아 자체적으로는 세계화의 가속화란 점에서 경영구도의 일대 변화를 꾀하는 계기로 분석하고 있다. 김영귀 기아자동차사장은 『인도네시아 공장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를 생산 및 부품시장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상호연계시켜 아시아시장에 맞는 차를 생산하는 구상을 마련했다』며 『인도네시아 공장의 건설로 이 구상은 한 단계 더 성사쪽으로 다가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아는 이번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한 부품협력업체들과의 동반진출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측의 무리한 기술이전 요구, 자금지원 등 여러가지 난제도 있으며 특히 이번 기술수출을 계기로 선진국들의 대한견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새로운 숙제도 안게 됐다.
◎김선홍 기아그룹회장 일문일답/“우여곡절 많았는데… 감회 새로워”/미 진출전략 수정·「러」 공장 활용 유럽도 공략
【자카르타(인도네시아)=박원배】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은 기공식이 열리기 전에 기자들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주도했는데 감회는.
▲지난해 2월26일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국민차사업에 관한 대통령령을 공포한 뒤 꼭 1년만에 기공식을 갖게 됐다. 어려움과 우여곡절이 참으로 많아 더욱 감회가 새롭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일본을 비롯한 선진자동차 공업국가들의 강력한 견제였다. 하지만 보다 큰 것은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따낸 것에 대해 뇌물 등 비도덕적인 방법을 동원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김회장은 이 문제와 관련, 『내가 인도네시아에 준 선물이라곤 우리나라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배 3상자 뿐이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산업는 공급과잉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실력을 쌓아 해외진출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력, 자금력, 인재가 뒷받침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해외사장단회의를 개최한 것도 세계화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에 아시아 전략을 발표했는데 앞으로 선진국 진출계획은.
▲러시아의 칼린그라드 공장을 잘 활용해서 유럽진출을 강화할 것이다. 이 공장은 현재 러시아정부가 조선소를 개조해서 자동차 생산이 가능한 설비로 바꾸고 있는데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 미국시장은 10만대 수출시점에서 전면적인 재검토작업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것이다. 올해가 그 시점이다. 기회가 된다면 RV를 통한 시장공략을 추진할 것이다.
전략적 제휴는.
▲기아와 아시아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꾀하면서, 해외에서 판매를 잘 할 수 있는 국내상사들이 있다면 적극 활용할 것이다. 특히 계열 무역업체인 인터트레이드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엔저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극복해야 할 최대과제다』고 말하고 『특히 기업 및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위기관리력을 향상시키는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